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 가운데 세계각국이 우주항공과 국방 분야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면서 관련 테마가 겹호재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항공&방위산업 테마로 자금이 몰림에 따라 이들 테마에 대한 평가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실적은 꾸준하지만 성장성은 부족한 가치주에서 신성장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잇달아 제기된다.
◆ 한국, 우주대국 반열 합류… 조단위 투자 이어진다
22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자체 개발한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린 국가에 등극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누리호 발사가 성공함에 따라 국내 우주항공 관련주의 성장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총중량 200톤(t), 길이 47.2m, 최대 직경 3.5m인 누리호의 제작·조립에 300여개 기업이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주요 종목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이 언급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우주항공분야 개발이 단발성 호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1조9572억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우주개발 사업이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31년까지 1조9330억원을 추가로 투입,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도 진행한다. 조단위 예산 대부분이 민간 기업의 매출로 치환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윤창배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다양한 우주 기술이 부각되면서 협력의 공간이었던 우주가 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우주 패권전쟁은 새로운 투자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발사체와 저궤도 위성통신, 위성서비스 등 다양한 민간기업 중심의 혁신 가속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20년 기준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규모는 약 4470억 달러(약 580조원)에 불과하지만 모건스탠리와 스페이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2040년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1조1000억 달러(142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지구관측, 우주관광 등 다양한 유관 분야에서 투자 확대 및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우주항공&방산주, 글로벌 군비확충 겹호재까지
글로벌 군비확충 기조도 우주항공&방위산업 테마에 중장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하면서 전세계 군비 증강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일본과 독일의 재무장을 공개지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주최한 화상 간담회에서 양국의 재무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국가가 재무장에 나설 경우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국의 방위는 올해 GDP 기준으로 일본은 약 6조엔(57조원), 독일은 약 144억 유로(20조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국방예산 증액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지난 3월 공개된 바이든 행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방부 예산은 7730억 달러, 원자력에너지 방위비 및 기타 국방 관련 활동비를 모두 포함한 총 국가 방위예산은 8133억 달러 규모다. 총 국가 방위예산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1060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방예산을 축소했던 미국이 한해 국방예산으로만 1000조원이 넘는 돈을 퍼붓기 시작한 셈이다.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군비 증강이 한창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국방예산 증가율은 말레이시아 13.5%, 싱가포르 11.4%, 필리핀 9.6% 등으로 미국(2.9%)과 일본(4.1%)을 크게 상회하는 중이다. 필리핀해·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대두되는 중국과의 갈등과 방위산업 현대화 추진 수요 등이 국방예산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리하고 있지만 사실 세계 각국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며 "글로벌 국방예산이 증가하는 시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한국 방위 산업은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5년간 수출 실적 증가율은 177%로 독보적인 상황인데 올해 한국의 방산 수출 실적은 100억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겹호재 모두 누리는 우주항공·방산주 찾아볼까
우주항공·방산 관련주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그룹의 항공·우주 부문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 패권전쟁과 군비확충의 겹호재를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누리호 프로젝트에서 터빈, 산화제 및 연료펌프, 추력기시스템, 구동장치시스템 등 핵심부품 제작 및 엔진 총조립을 담당했고 방산 분야에서는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K-30 비호복합체계 등을 전세계에 수출하는 중이다. KF-21 보라매의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했다.
한국항공우주도 우주항공과 방산 양 분야에서 날개를 펴는 중이다. 누리호 발사에서는 체계총조립을 수행,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방산 분야에서는 T-50 고등훈련기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산 무기 수출 계약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해외주식 중에서는 록히트마틴(LMT)이 주목받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부터 군용기를 생산한 세계 최고의 방위산업체 중 하나로 B-26 폭격기와 F-16 전투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개발했다. 또 보잉과 함께 민간 우주 로켓 기업 ULA를 공동 설립하면서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선두를 노리는 중이다. ULA의 지난 1분기 투자 이익은 약 4000만 달러다.
개별종목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다수 상장돼 있다. 국내에서는 ARIRANG iSelect우주항공&UAM이 지난 3월 상장됐다. NH투자증권이 산출하는 'iSelect 우주항공UAM' 지수를 추종한다. 주요 구성종목은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이다.
글로벌 관련 ETF로는 'ITA(iShares US Aerospace & Defense)'가 있다. 현재 순자산총액은 35억4000만 달러로 글로벌 관련 ETF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다우존스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 지수를 추종한다. 단일기업 비중을 22.5%로 제한하지만 시가총액 가중방식을 채택해 시총 상위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주요 구성종목은 레이테온 테크놀로지스(RTX)와 록히드마틴(LMT), 보잉(BA) 등이다.
UFO(Procure Space)는 우주항공 관련주에 집중된 ETF다. 추종지수는 'S-Network 우주'다. 주요 구성종목은 시리우스 XM홀딩스(SIRI)와 이리디움 커뮤니케이션스(IRDM), 트림블(TRMB)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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