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정치클릭] 이준석에게 없는 스키피오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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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입력 2022-06-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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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 '관용'의 상징

  • 이준석, 배현진 이어 장제원과도 갈등 예고

[사진=정연우 기자 ynu@]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었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은 글이다. 이 대표가 가리킨 '그'는 고대 로마의 명장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다. '제2차 포에니전쟁'에서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격파한 '구국의 영웅'으로 현재 이탈리아 국가 1소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스키피오는 전쟁에서 승리한 공적으로 불과 30세의 나이에 로마 최연소 집정관에 올랐고 37세에 로마 최고 명예직인 감찰관이 되면서 15년간 원로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대(大) 카토 일파의 시기와 견제로 2년간 유배 생활을 겪은 뒤 5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제2차 포에니전쟁의 영웅 스키피오는 로마 역사에서 '관용'의 상징으로 통한다. 고대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가 약탈 행위를 벌이는 것은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점령지에서 범죄행위를 금지하고 피정복민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에스파냐의 한 도시를 점령했을 때는 부하들이 미인을 바쳤지만 그는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고 약혼자에게 돌려보냈다. 그 결과 큰 명성을 얻고 에스파냐 전역에서 우방을 얻었다. 카르타고 노바를 접수했을 때는 약탈을 하는 대신 3일에 걸친 축제를 열어 도시민들의 환심을 얻었다.
 
이준석 대표는 늦은 밤 스키피오의 영광과 고뇌를 생각하면서 이 '로마의 젊은 영웅'에게 자신을 투영시킨 것 같다. 물론 30대의 나이에 정계 최고위직에 올랐다는 공통점은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도 이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는 스키피오와 같은 품격이 없다. 당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배현진 의원과 기자들 앞에서 반말로 설전을 벌였으며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자신과 배 의원 사이의 갈등을 지적하자 "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제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정치권에서는 '간장'을 두고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로 보고 있다.

집권 여당의 우두머리가 의원들과 다투며 내홍을 일으키는 모습은 딱히 보기 좋지 않다. 당 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할 게 아니라 '친윤계' 의원들을 포용하고 당의 결집을 시도하는 게 우선이다. 
 
이 대표는 '성 상납 및 증거 인멸 교사' 의혹으로 윤리위 징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스키피오의 품격과 관용을 제대로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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