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5도위원회(이하 이북5도위)가 최근 10년간 약 92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법으로 규정된 조사연구업무 예산은 단 1원도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인건비와 기본경비에는 전체 사업비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주경제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이북5도위의 예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총 923억92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북5도위의 연 예산은 2013년 89억5900만원, 2014년 86억3600만원, 2015년 85억4600만원, 2016년 84억9700만원, 2017년 84억9000만원, 2018년 87억7300만원으로 80억원대 수준을 보이다 2019년 101억1400만원으로 증액 후 연간 100억원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10년 예산의 70~80%는 유지비 성격인 인건비와 기본경비로 책정됐다. 이북5도위 예산의 대부분이 조직과 인력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편성됐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반면 이북5도위원회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비는 매년 예산의 10~2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예산을 살펴봐도 총 99억1100만원 중 77%에 달하는 76억7200만원을 인건비와 기본경비에 책정했다. 인건비 38억7300만원, 조직 운영시 필수 지출 성격인 기본경비에 37억9900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사업비는 22억39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23%에 그쳤다. 이마저도 사업비 중 6억4700만원은 청사시설 개보수 등 유지비 성격 예산으로 나타났다. 이북5도위 설립 목적과 직접 연관이 있는 예산은 이북도민단체 및 행사지원 10억6200만원, 북한이탈 주민 및 이북도민지원 5억3000만원 등 15억9200만원에 불과했다.
이북5도위는 공무원 정원이 46명에 불과해 인건비나 기본경비 비중이 높을 요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북5도위의 인건비나 기본경비 비중이 높은 데는 겉모습과 달리 비대한 조직 구조와 관련이 깊다.
우선 이북5도위는 공무원 외 이북 지역을 관할하는 97명의 시장.군수와 911명의 읍면동장을 명예직으로 두고 있다. 이들에게만 위원회 연 예산의 20%에 달하는 약 20억원이 쓰이고 있다.
이북5도위는 전국구 조직이기도 하다. 본청이 있는 서울 외에 부산, 광주, 충남, 제주 등 전국 16개 시도에 이북5도사무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16개 시도 사무소에는 소장과 사무장 등 인력 32명을 배치하고 있다.
과도한 특혜 논란을 받고 있는 5인의 도지사에게 집중된 조직 구조도 인건비 등의 비중이 큰 이유다. 이북5도위는 공무원 정원 46명 중 도지사 5명, 도지사를 수행하는 비서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정원의 43.4%(20명)가 도지사와 수행 비서인 셈이다.
5인의 도지사는 차관급으로 수당을 제외하고도 올해 연간 연봉 책정액만 1억3324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도지사들을 수행하는 15명의 인력 인건비가 추가로 쓰인다. 5명의 도지사와 15명의 수행 인력에 투입되는 예산만 연간 1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의 대부분을 인건비 등 유지비 성격에 쓰면서도 최근 10년간 법에 명시돼 있는 관장 사무인 조사연구업무 예산은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북5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4조에 따르면 조사연구업무가 이북5도위의 주요 관장 사무로 규정돼 있다.
법에 따라 이북5도위는 이북5도 등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각 분야의 정보 수집·분석과 이북5도 등을 수복할 경우에 시행할 각종 정책의 연구 등 조사연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조사연구는 법에 명시된 이북5도위의 관장사무 중 가장 첫 머리에 나오는 핵심 업무다.
이에 대해 이북5도위는 별도의 조사연구 목적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추진 사업과 연계한 기본적 조사업무는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북5도위 관계자는 “이북5도는 그간 시·군별 향토지 발간, 이북5도 무형문화재 발굴 및 지정을 위한 조사, 국내외 이북도민 현황파악 등 기본적인 조사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지난해 민·관협력 정책네트워크 포럼을 추진하는 등 사회통합과 통일대비 정책 마련을 위한 조사·연구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북5도위가 조사연구업무를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 국회에서도 지적돼왔다. 이북5도위가 조사연구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관장 사무에서 삭제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고, 2019년 정인화 무소속 의원 등 11인은 조사연구업무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하는 이북5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북5도위가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조사연구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고 통일부의 통일정책실 및 정세분석국 업무와 중복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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