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시제 1호기 최초 시험비행이 19일 진행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뿐이다.
KF-21 첫 비행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1월 '첨단 전투기' 자체 개발을 천명한 지 약 22년 만에, 본계약 체결 기준으로 6년 7개월 만이다.
첫 비행인 만큼 음속 1.8배인 최고 속도 대비 5분의 1 수준, 시속 400㎞로 사천과 남해 상공을 날았다. 비행시간은 약 33분.
KF-21 시제 1호기 시험비행에 성공한 안준현 공군 소령(공사 54기)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실은 이륙 직전까지 마음속 부담이 컸다"며 "막상 이륙 후 사천 상공에 떠오른 뒤부터는 편안하고 순조롭게 정해진 경로대로 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착륙 후 너무도 많은 분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KF-21 개발과 시험비행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분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며 "앞으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종 평가까지) 2000여 회 시험비행을 안전하게 완료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형 전투기사업단장 직무대리 노지만 대령은 "이날 시험비행은 4.5세대 첨단 전투기의 국내 개발 능력을 보여준 순간으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성공에 성큼 다가가 국내 항공 기술의 새로운 도약과 '첨단 강군'으로 비상하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총사업비만 8조8000억원에 달하는 최대 국산 무기 개발사업이다. 4.5세대 전투기인 KF-21은 수백 ㎞ 밖 육·해·공 목표물을 탐지하는 에이사 레이더와 적외선 추적기 등 항전 장비에 스텔스 성능까지 더해져 F-16 등 4세대 전투기를 압도한다.
KF-21 개발 주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류광수 부사장은 "KF-21 보라매가 한국 항공산업 발전과 대한민국 공군의 자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우리 모두의 염원을 안고 오늘 역사적인 최초 비행에 성공했다"면서 "2002년 T-50의 꿈을 이루었고, 2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기적을 이뤘다"고 감격했다.
류 부사장은 "이는 국내외 수많은 개발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 인력의 피와 땀이 밴 결과물"이라며 "보라매 탄생을 위한 국민의 염원과 응원에 힘입어 공군, 방위사업청, 한국항공, 국내외 협력업체가 어렵고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개발 성공을 위한 도전의 결과물을 오늘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KF-21 눈에 해당하는 능동위상배열 레이더인 에이사(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추적장비 등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ESA 레이더 개발을 이끈 한화시스템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 S.p.A.)와 '항공기용 AESA레이더 수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AESA 레이더의 수출 기회를 창출해 세계에 대한민국 방산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선진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수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초도비행이 성공하면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은 이제 비행시험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KAI는 향후 4년간 2200여 회 비행시험 과정에서 스텔스 도료를 KF-21 시제기에 적용해 비행 중 여러 상황을 설정해 성능을 재검증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KF-21에 스텔스 도료를 적용하면 F-35A 등 5세대 전투기에는 못 미치지만 피탐률이 KF-16 등 기존 공군 전투기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군은 KF-21을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모두 120대를 실전 배치해 F-4·5 등 노후 전투기를 우선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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