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요 홈쇼핑업계의 매출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진 데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늘리면서 홈쇼핑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CJ온스타일·GS·현대 등 주요 홈쇼핑 4개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252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7.7%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업체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0%까지 크게 감소했지만 2분기에 그나마 상황이 나아지면서 상반기에 영업이익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분석은 지난 한달간 증권사가 내놓은 홈쇼핑 업체들의 올 2분기 실적 전망 자료와 올 1분기 회사 IR 자료 등을 토대로 했다.
업체별로는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롯데홈쇼핑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5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GS홈쇼핑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620억원을, 현대홈쇼핑은 5.9% 감소한 6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형 성장도 제자리 걸음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홈쇼핑 빅4의 합산 매출액은 2조935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은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 곳은 롯데홈쇼핑이다. 롯데홈쇼핑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나고 GS홈쇼핑도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홈쇼핑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매년 부담이 커지는 송출수수료 영향이 크다. 홈쇼핑업계가 지난해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2508억원이다. 전년 대비 11.2% 증가한 규모이자 홈쇼핑 빅4의 상반기 총 예상 매출액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송출수수료는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다. 유료방송사 채널에 입점했다는 이유로 2조원이 넘는 송출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홈쇼핑업체들의 입장이다. 실제 2017년 전체 홈쇼핑사들이 내던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3874억원에 그쳤다. 불과 5년 사이 절반이 넘는 62.2%나 치솟은 것이다.
홈쇼핑업계의 방송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년 상승해 홈쇼핑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지난 2016년 36.8%이던 송출수수료가 방송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0%에 육박했다.
엔데믹 전환 이후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TV홈쇼핑 수요가 감소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송출수수료 부담이 가중된 탓"이라며 "또한 봄, 여름 시즌은 홈쇼핑 비수기인 데다 지난 4월 엔데믹 전환 이후 홈쇼핑 수요가 빠져나간 것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미 홈쇼핑 시장이 성장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각사들은 올 하반기 생존전략 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올해 들어 물가 상승으로 가성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홈쇼핑업체들도 차별화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시장 대응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하반기에 온라인 전용 자체브랜드(PB) '올타라이프(ALLTA LIFE)'의 상품 구색 강화에 나선다. 올 하반기에는 지난 6월 첫 번째 상품으로 내놓은 '캡형 물티슈'는 1장당 약 10원인 합리적인 가격대와 모노톤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올 하반기에는 청소포 등 생활용품을 비롯해 주방용품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타라이프 상품은 유명 유통업체 입점 상품을 제작한 생활용품 전문 중소 파트너사와 협업해 만든 결과물이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품질은 높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가성비' 좋은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GS홈쇼핑도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소분상품, 특가상품 등의 판매를 확대해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통상 3~4분기는 홈쇼핑 극성수기인 만큼 매출 비중이 큰 패션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 독점 브랜드나 마진율이 높은 PB브랜드의 품질을 높이고 상품 수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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