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폭증했지만···FSC 쏠림 심화
4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항공사 운송 실적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7월 국제선 여객 수는 113만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571%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월 100만명 돌파다. 정부의 항공 정상화 계획을 바탕으로 항공사들마다 국제선을 증편했고, 지난달부터 시작된 여름 휴가 기간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FSC와 LCC의 국제선 여객 비중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대한항공은 105만7380명(국내 58만1107명‧국제 47만627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4% 증가했다. 국제선 여객만 따지면 전년 동기 대비 403.1% 폭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74만294명(국내 43만2542명‧국제 30만7752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2.0% 증가했다. 국제선은 대한항공보다 높은 449.2%를 기록했다.
우선 이러한 결과는 일본 정부 측의 더딘 개방 속도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달 김포~하네다 노선이 재개돼 무비자 입국과 개인 관광 허용 등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일본 당국이 빗장 해제에 뜸을 들이고 있으며, 일본 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해졌다.
중국은 코로나19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 조치를 반복해 연내 여행 재개는 힘들다는 분위기다. 이에 LCC들은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노선 증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과 중국이 모두 막히면서 동남아 노선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동남아 노선에 집중하다 보니 중복 노선이 많아졌다”면서 “취항국 다수가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탑승률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유학생과 기업 비즈니스, 교민 방문 등 일정 수요가 뒷받침되고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려는 각국 정부의 방역 완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급 불균형이 극심해지자 국제선 항공권 가격은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 항공권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2배 이상 비싼 200만~3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동남아나 괌‧사이판 등 중단거리 노선은 여름 성수기가 무색하게 30만원대 특가 판매가 넘쳐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LCC 간에 어쩔 수 없는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30만원대 항공권 가격에서 유류할증료를 비롯해 제세공과금, 발권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항공사에 돌아오는 몫은 10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 수요가 여전히 바닥을 찍는다면 이달 말부터 노선 감편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여객 수요 급증을 예상하고 휴직 직원들의 복귀 시점을 앞당겼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향후 인건비 부담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7월부터 운항승무원 약 630명 전원을 복직시켰으며, 이달 초에는 객실승무원 휴직률을 40%대로 낮추는 계획도 세웠다. 티웨이항공은 조만간 전 직원을 복귀시키고 신입 객실승무원과 정비·경력직 등 다양한 직군에서 채용에 나선다. 진에어와 에어서울 등도 직원 복귀를 추진 중이다.
한편에서는 성수기가 아닌 늦은 휴가를 계획 중인 여행객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9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늦캉스(늦은 바캉스)’가 많아질 수가 있어 동남아 여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해 중국이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항공사들마다 항로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LCC들은 7일까지 예고된 중국 군사훈련으로 대만행과 일부 동남아 노선 항로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만 항로는 가장 거리가 짧고 항로 이용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중국 내륙을 통과하거나 일본 오키나와 방향으로 틀면 최대 1시간 30분까지 비행시간이 늘어난다. 연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항공사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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