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초점] 그 많던 추석 영화는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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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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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추석 극장에 출격하는 CJ ENM '공조2: 인터내셔날'. [사진=CJ ENM]

추석은 통상 '극장 성수기'라 불려왔다. 영화 '명당' '안시성' '남한산성' 같은 대작 사극부터 '범죄도시' '협상' '보이스' 같은 범죄 스릴러 또는 '아이 캔 스피크' '담보' 등의 휴먼 스토리까지 가족 단위 관객이 볼 만한 영화들이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추석 극장가는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범유행 직전인 2019년 9월만 하더라도 극장 총 관객 수는 1473만3642명이었다. '극장가 성수기'로 '나쁜 녀석들: 더무비'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리' 등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다양한 장르 영화가 대거 개봉했다. 하지만 다음 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9월 관객 수는 298만8647명까지 뚝 떨어졌고 추석 시장을 노리는 영화도 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올해 '추석 시장'은 달랐다. 올해는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극장에서 팝콘 등 취식이 허용되며 극장가가 회복세를 찾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처럼 '추석 영화'가 대거 개봉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지난 5월과 6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범죄도시2'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마녀2' '탑건: 매버릭' 등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하며 관객수와 매출액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기 때문이다. 2022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4529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9307억원)의 48.7%까지 회복했다.

그럼에도 올해 추석 극장가는 CJ ENM의 '공조2: 인터내셔날' 외에 '추석 영화'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공조2: 인터내셔날'  [사진=CJ ENM]

CJ ENM이 추석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은 지난 2017년 남북 최초의 비공식 공조수사라는 신선한 설정과 현빈·유해진의 유쾌한 궁합으로 781만 관객을 동원했던 '공조'의 속편이다. 2편은 글로벌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분)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 새 얼굴인 해외파 FBI '잭'(다니엘 헤니 분)까지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담아낸다.

CJ ENM 관계자는 "'공조2'는 추석 극장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어서 가족 단위 관객들이 명절에 관람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1편으로 팬층을 확보한 작품이다. (기존 팬들은) 현빈, 유해진, 임윤아의 깊어진 호흡과 새롭게 합류한 다니엘 헤니, 진선규의 만남도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 같다. 또 이번 작품은 '해적'으로 800만 관객을 동원한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전편을 뛰어넘는 유머와 액션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조2'는 '추석 영화'라고 부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오락영화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짜릿한 액션까지 즐길 수 있다고. 1편에서 활약한 현빈, 유해진, 임윤아와 새롭게 합류하는 다니엘 헤니, 진선규의 활약이 영화 애호가들을 기대하게 한다.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하는 현빈과 유해진의 조합은 1편보다 더욱 깊어진 찰떡 호흡을 자랑하고 FBI 소속 해외파 형사 '잭'으로 새롭게 합류한 다니엘 헤니는 새로운 삼각 공조 수사로 극적 재미를 배가시킬 예정. '범죄도시' '극한직업' 등으로 '충무로 스타'로 떠오른 진선규는 글로벌 범죄조직의 리더 '장명준' 역을 통해 강렬한 악인 연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름 시장에 출격한 영화들. [사진=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플러스엠]

기대작이라고 부를 만한 '공조2'가 출격했지만, 그 외 국내 배급사들은 썰렁한 분위기. 영화 업계에서는 "추석 연휴가 주말을 포함해 4일로 짧은 데다가 올해 여름 시장에 총력을 기울인 만큼 추석 영화를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추석 영화 라인업이 빈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올해 추석 연휴가 너무 짧다. 기대작들이 동시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기에는 시장 파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올여름 시장에 총력전을 기울였기 때문에 3·4분기 라인업 조정 등 정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름과 추석을 연이어 내놓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공통된 입장이었다.

배급사 관계자는 "엔데믹을 맞아 여름 시장까지 많은 작품이 대거 개봉을 이어온 현시점에 3·4분기 라인업 조정 등의 정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관객수와 매출액을 회복한 극장가. [사진=연합뉴스] 

극장 관계자는 코로나19 범유행 후 흥행 패턴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제 극장 성수기와 비수기를 나누기 어려워질 거라는 말이었다.

극장 관계자는 "관객들의 관람 패턴이 바뀌었다. 명절이나 휴일이 아니더라도 꼭 관람하고 싶은 영화라면 언제든 극장을 찾는 분위기다. 극장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는 더욱더 모호해질 거로 보인다. 4월 개봉작 '닥터 스트레인지', 5월 개봉작 '범죄도시2'만 하더라도 극장 비수기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나. 이제 관객들은 '시기'가 아닌 '콘텐츠'를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배급사들의 개봉 전략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극장 관계자는 "올여름 일주일 단위로 기대작들이 출격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개봉하는 배급사의 전략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개봉에 있어서) 더욱 신중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1편의 성공과 더불어 경쟁작이 없는 상태인 만큼 '공조2'에 관한 관객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른다. '공조2'가 관객들을 만족하게 한다면 추석 극장가 '무혈입성'이 가능하겠지만, 관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극장에는 큰 타격이다.

극장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관객수와 매출액이 상당 부분 회복되었지만, 아직 불안한 건 사실이다. 올여름 기대작들이 입소문보다 관객 수가 그리 높지 않아서다. '공조2' 외에도 1~2편 더 개봉해주길 바라지만 여러 이유로 규모감 있는 작품들이 추석 시장에 출격하기는 어려울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산'과 '헌트'가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만큼 '헤어질 결심' '탑건: 매버릭'처럼 장기 흥행에 성공해 추석 시장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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