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당 지도부들이 줄줄이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고 있지만, 지도 체제를 둘러싼 내홍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거대한 정치적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서 있다"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의 사퇴를 시작으로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잇달아 사퇴했다. 한기호 사무총장과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 강대식 조직부총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비대위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9시 전국위원회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에 '당 대표 직무대행'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행 당헌은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에만 두고 있다. 이후 국민의힘은 화상 의원총회를 개최해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원들의 중지를 모을 예정이다. 비대위원장이 의원총회를 거쳐 추인되면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다시 열어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다만 지도 체제를 둘러싼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친이(친이준석)계 사이에서 날 선 신경전이 오가고 있어 당 내홍 수습을 위한 비대위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5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핵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세 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 아닌가.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삼성가노는 '세 개의 성을 가진 종놈'이란 뜻으로 삼국지에서 장비가 양아버지를 여럿 섬긴 여포를 비하한 표현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가 장제원 의원이 바른정당 소속이던 2017년 대선 당시 반기문, 유승민, 홍준표 대권주자 세 명을 잇달아 지지한 것을 비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현재 국민의힘은 뻔히 죽는데도 바다에 집단적으로 뛰어드는 '레밍'과 같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밍은 절벽에서 무리 지어 떨어지는 행동으로 유명한 동물이다.
그러자 '윤핵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고 적었다. '망월폐견'은 달을 보고 짖는 개를 일컫는 말로,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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