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준의 함께꿈] 대통령 "기본기' 키우는 3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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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준 국립안동대학교 사학과 교수
입력 2022-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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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준 교수]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국민은 검사 출신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당선을 위한 표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선거 결과는 현명한 국민의 선택이면서, ‘오만한 정부는 심판당한다.’는 국민의 경고를 내포했다. 거대 야당에 맞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던지, 국민은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여당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제 여야가 엇비슷한 힘을 갖고 통합 지향적인 정치를 하리라고 국민은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실종 상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한 달 넘게 20%대에 머물고, 주요 정당이 모두 비상상황에 빠져 있다. 선거에 져서 정권을 내준 제1 야당의 상황은 그렇다고 치자. 선거에 이기고 나서 당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고, 기어이 비상상황이라고 우기는 집권당의 행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참으로 희한한 정치 상황이 대의제 민주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1 야당이 이제 전당대회를 마치고 새 대표체제를 완료함으로써 서서히 정비해 나가려는 가운데, 여당의 비상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취임 100일에 맞은 20%대 지지율과 여권의 내홍 모두 진원지는 명백하게 대통령 자신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난 100일 동안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절망감을 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김종인)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국정 목표와 비전이 없다.”(강원택) “결국 ‘반문재인’, ‘반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이요, 가치관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가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성한용)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가, 정치학자, 정치부 기자 세 사람이 지적한 부정적 평가의 핵심은 정치력의 부재로 수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김종인은 “참고 화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강원택은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려는 윤 대통령의 겸허한 태도”를, 성한용은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약속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는 대통령”을 주문했다. 세 사람의 주문에는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후 단행한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인사 개편과 일련의 정책 제시를 살펴보면 이런 바람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여전히 겸허한 태도 혹은 경청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있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영국 대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칼럼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직격했다.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정치적 스킬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 같다. 기본부터 배우라.” 일국의 대통령에 관한 기사치고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라 국민으로서 수치스럽고 낯뜨겁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이나 여당의 반응은 잠잠하고, 위의 기사를 다룬 매체는 소수에 불과했다.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언론의 대응이 참으로 의아하다. 만약 일본 기자가 이런 논조로 비판을 했어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아니면 애당초 정치 초보 대통령에게 기대한 바가 없기에 어쩔 수 없다는 태도인가? 혹은 워낙 낮은 지지율 때문에 외국 언론의 비판을 귀 기울여 듣고 대응할 여력이 없어서일까? 오만가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여기서 <이코노미스트>의 고향인 영국의 정치 상황을 들여다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이기 때문이다. 오는 9월 5일 영국 의회는 새 총리를 선출한다. 그 배경에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무능이 깔려 있다. ‘파티 게이트’ 사건, 생활비 위기와 세금 인상 같은 요인 외에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국정 운영을 위한 집중력과 아이디어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존슨의 측근은 그를 “통제 불능의 쇼핑 카트”라고 비난했고, 보수당 의원은 “존슨은 청렴성과 능력, 비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워야 하는 정치의 기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제1 기본 과제는 정치적 문법 습득과 정치적 역량의 체득이다. 검찰총장이 곧장 대통령이 되었을 때, 많은 국민이 우려했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검사가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정치가로 변신하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보듬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성공적인 변신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준석 당 대표와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이 시금석이 되리라고 예상했다. 대선 기간에 윤석열과 이준석은 후보와 당 대표로서 여러 차례 마찰을 빚다가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두 사람은 오직 선거 승리를 위해 불편한 동거를 참아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 초보 윤석열에게 이준석은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련의 대상으로 적절한 인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윤 대통령에게 이준석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였다. ‘밉지만 그래도 승리를 위해 헌신한 당 대표를 인정함으로써, 검사의 좁은 안목과 딱딱한 사고를 극복하는 촉매제로 인식하고 승자의 여유를 보여주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지금의 낮은 지지율과 여당의 내홍은 없었으리라 본다.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을 얻게 되고, 신의가 있으면 백성이 따르게 되며, …… 공정하면 백성들이 기뻐할 것이다.”(논어 20.1)
둘째로 대통령은 정치가의 진정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스킬을 배워야 한다. 그는 짐짓 소통을 강조한다. 대통령실 이전도 소통을 구실로 관철했고, 출근길에 기자와 나누는 약식 문답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소통의 방식이 선택적이고 일방적인 관점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그 의도에 의문을 갖게 한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대표와 갈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고”라고 논점 이탈 화법으로 응답을 회피했다. 인사의 난맥상에 대해서 질문받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반문하며 논점을 뭉그러뜨렸다. 이런 태도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인기 없는 정책을 납득시키는 훨씬 어려운 업무를 익히는 건 고사하고, 지지를 받는 정책을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하는 기본적인 정치 트릭조차 아직 배우지 못했다”는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비판은 정곡을 찌른다.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나섰는지 주체적인 인식이 부족하기에 매사에 대응이 서툴고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셋째로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조직 운영의 경험칙을 배워야 한다. 내각의 진용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영남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한 60세 전후의 남자들’로 요약되었다. 한사코 인선의 기준이 실력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고 아베 총리의 1기 내각과 비교되며 ‘(소꿉)친구 내각’이라는 언론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장관급 내정자가 여럿 낙마함으로써 체면을 구겼다.
정부의 구성을 보면 더욱 실망스럽다. 무엇보다도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수통 검사와 검찰 식구들을 내각, 대통령실, 권력기관(국정원과 감사원 등)의 요직에 대거 기용하여 검찰공화국의 오명을 자처했다. 자기 휘하에 있던 부하들을 데리고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행세하겠다는 그의 식견이 매우 딱하고, 스스로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밝힌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는 자세와 배치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내각 구성에서 나타난 심한 남녀 불균형은 얼마나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진 인사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경부와 중기벤처부 단 두 개 부서에 여성 장관이 기용된 우리의 내각과 달리, 대통령제의 미국과 내각제의 독일 모두 남녀 동수로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과 독일의 여성 국무위원 다수가 실세 장관이라는 점이 놀랍다. 미국의 부통령, 재무장관, 내무장관 및 독일의 외무장관, 내무장관, 국방장관, 교육장관을 여성이 맡고 있다.
창피한 수준의 내각 성비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자 대통령은 공석이었던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에 여성을 기용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낙마했고,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후 갖은 구설수와 정책 오류의 책임을 지고 한 달여 만에 자진하여 사퇴했다. 국정 운영에서 탕평 인사는 국사책에 나오는 역사적 지식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대통령이 처음이라 어리둥절할지 모르겠지만, 뛰어난 인재를 모시기 위해 천하에 방을 붙이고 삼고초려를 실천하길 바란다.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바야흐로 정치평론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온 국민이 정치평론가가 되어 대통령의 미래를 걱정하고 영부인의 행보에 민감하게 관심을 보인다. 자유기고가 김소민의 <한겨레신문> 기고문 “롤모델 김건희…Hal su it da, 나도 박사가 될 수 있다!”는 영부인의 표절 사건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신랄하면서도 유쾌하게 지적했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국민의 스트레스를 푸는 풍자와 해학의 사회로 가는 모습은 오히려 건강한 사회의 지표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통령의 완강한 태도, 영부인의 모르쇠 전략이 지속될 경우, 정치적·사회적 신뢰의 붕괴와 국격의 추락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안길 것이다. 대통령이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자세로 국민에게 신뢰와 안심을 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충심과 신의를 주로 하고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하지 말며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옛 성현의 말을 귀담아듣길 권한다.(논어 9.24)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사학과 졸업 △독일 보쿰 루르대학(Ruhr Univ. Bochum)에서 서양중세사로 박사학위 취득 △컬럼비아대 해리먼 연구소 방문교수 △2021년 5월부터 한국 대학체제의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삼각지연구팀’에 참여, <대학법체제정비>(2021)와 <고등교육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대학정책>(근간) 공저 △교수신문 기획연재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의 책임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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