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승인 의약품이 적고 초기 단계의 시장으로 여겨졌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이 바이오 분야의 중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상반기 개최된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세포·유전자치료제, RNA, 유전자 편집 기술 등 혁신 기술이 다수 등장하며 국내 기업에서도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 시장 전망 및 오픈 이노베이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74억 7000만 달러(약 9조 4500억원)지만 2026년에는 약 555억 90만 달러(약 70조 3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이 약 49.1%에 달한다.
특히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백혈병 치료제는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암세포만 특정해 공격하는 맞춤형 치료제로 1회 투약만으로 효과를 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최근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된 '킴리아'의 한 번 투약 비용이 4억~5억원에 이른다.
시장이 커지자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노바티스는 2030년까지 합성의약품 매출액 비중을 70%대에서 절반 이하로 줄이되 유전자치료제·단백질 재조합 치료제 비중을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이자(Pfizer)도 세포·유전자치료제 바이오 기업 두 곳과의 공동 연구 계획, 바이엘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10억 달러에 도입하기로 했다.
블록버스터 신약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바이오젠의 근위축증 RNA 치료제 '스핀라자', 노바티스 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 길리어드 림프종 CAR-T 세포치료제 '예스카타' 등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전체적으로 보면 2021년 4분기 기준 전세계적으로 승인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88개로 일반 세포치료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은 일반 세포치료제는 55개,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는 9개, 유전자치료제는 7개, RNA 치료제는 14개, 항암 바이러스는 3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전 세계 판매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 9개중 5개 국내 기업 개발이라는 세포치료제 중심 성과는 달성했지만 아직까지 유전자치료제, CAR-T 세포치료제 등 혁신적 치료제 개발 경험은 전무한 상황이다.
분야별로 보면 종근당이 이엔셀과 손잡고 세포치료제에 도전하고 있고 세포바이오, 코아스템, 바이오솔루션 등도 해당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메디포스트, 세포바이오는 최근 새로운 약물 전달체로 주목받고 있는 '엑소좀'이 줄기세포에서 추출되는 만큼 엑소좀 기반 신약개발 벤처에 줄기세포를 공급하기로 했다.
유전자치료제에서 국내에서 임상에 돌입한 곳들은 헬릭스미스, 앱클론, 큐로셀, 셀랩메드 등이다. 그 외에 카텍셀, 테라젠바이오 등이 임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관련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 뛰어든 기업들도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성한 바이오 벤처 투자 펀드(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최근 첫 투자처로 미국 유전자치료제 개발 업체인 재규어 진 테라피를 낙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라스미드DNA(pDNA), 바이럴벡터 등 다양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멀티모달' 공장을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SK는 자회사 SK팜테코를 통해 최근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위탁생산개발) 기업 CBM에 3억5000만달러(4200억원)를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지 9개월 만이다.
차바이오텍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이달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설을 본격 가동했다.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 위치한 마티카 바이오의 CDMO 시설은 FDA에서 인정하는 cGMP(우수의약품생산규격) 기준에 맞춰 설계, 시공됐다. 500리터 용량의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 와 글로벌 수준의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다.
김용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팀 연구원은 "향후 다양한 치료제의 개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혁신 신약(First in Class)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 추진, 해외 유망 기술 도입 및 기업 M&A 등 오픈 이노베이션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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