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가 업계 1위를 놓고 하반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을 따돌렸고 1위와 2위간 매출 격차도 좁혀졌다. 올 하반기엔 1위 자리를 둘러싸고 업체 간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승부처는 오프라인 리뉴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 차이는 3062억원으로,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좁은 격차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상반기 매출은 1조5690억원, 신세계백화점은 1조2088억원으로 집계됐고, 현대백화점의 경우 1조132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1조5320억원으로, 당시 신세계(9052억원)와 현대(9504억원)와의 격차는 각각 6268억원, 5816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2분기로만 보면 매출 격차는 더욱 좁다. 롯데백화점의 2분기 매출액은 8285억원으로, 신세계(6235억원). 현대(5888억원)와의 격차는 2000억원대 수준이다. 신세계의 경우 롯데, 현대와 달리 아웃렛 매출이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이를 포함하면 1위인 롯데와의 매출 격차는 1500억원 이내로 줄어든다.
영업이익에서도 롯데의 아성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분기 신세계 영업이익은 2425억원, 롯데는 2100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롯데백화점은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점포 수를 바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는데, 수년간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롯데는 현재 백화점 매장만 32개를 운영 중인데, 신세계(13개)와 현대(16개)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몇 년간 롯데가 주춤한 사이 신세계와 현대는 외형을 늘리고 내실을 다지며 빠르게 격차를 좁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에 힘을 줬던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맘때 신규 출점한 대전신세계는 오픈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며 '연매출 1조 클럽' 입성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현대 역시 '복합쇼핑몰'을 표방한 더현대서울이 실적을 견인했다. 더현대서울의 작년 매출은 8000억원 수준으로, 올해는 9200억원 달성이 목표다.
백화점 3사는 하반기에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을 더 강화하며 실적 줄다리기를 펼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화점들은 명품 수요가 증가하자 해외 브랜드 상품 구색을 강화하며 실적 하락세를 상쇄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경기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엔데믹 전환 이후 살아났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해외 여행 대신 명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에게만 기댈 수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하반기 신규 출점 계획이 없는 이들 '빅3'는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본점과 잠실점을 잇달아 리뉴얼을 실시하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빼앗긴 단일 점포 매출 1위 왕좌 탈환이 목표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경기점 스트리트패션 전문관 리뉴얼에 이어 강남점에 영패션 전문관을 재단장하며 MZ세대 놀이터로 변신을 시도한다.
현대백화점은 연말에 오픈할 ‘더현대대구’에 더현대서울의 성공 방정식을 적용해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더현대대구로 탈바꿈할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구성된 영패션 매장과 식품관을 먼저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드, 일본 불매운동 등으로 전반적인 경영 여건이 악화된 롯데가 주춤하는 사이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을 통해 흥행에 성공하며 롯데와의 매출 격차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실적 승부는 점포 리뉴얼 성공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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