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대기업의 연말 임원인사 시기가 안개 속이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각종 악재가 겹치며 예년보다 인사시기가 빨라지거나 늦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감과 화재라는 악재에 직면한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인사 시점은 불명확하다. 반면 롯데는 두 기업과 달리 예상보다 한 달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1일 임원 인사를 낼 것으로 점쳐졌던 신세계그룹은 이르면 이달 하순으로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지난해 10월 1일에 인사를 단행했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만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내년 경영전략 수립을 위해서라도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보다 인사 시기가 늦어진 배경은 이마트 자회사인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의 발암물질 관련 이슈가 꼽힌다. 송호섭 SCK컴퍼니 대표이사는 이달 21일 예정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발암물질 검출을 인지한 직후 신세계그룹 전략실이 SKC컴퍼니 경영 전반에 대한 내부감사를 진행 중인데, 예상 외로 오래 걸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인사 최대 관심사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송 대표의 거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컨설턴트 출신인 강희석 대표를 이마트 수장으로 선임한 뒤 온·오프라인 사업을 전담시켰다. 이후 이베이코리아, W컨셉 등을 인수하면서 온라인 사업 규모가 커지자 강 대표 혼자서 온·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됐다.
송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 사태는 스타벅스뿐 아니라 신세계그룹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예년보다 인사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에 대한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결론 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럴 경우 백화점 인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소폭 인사를 했던 현대백화점이 올해 인적쇄신으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을지도 주목된다.
반면 롯데그룹 인사는 예년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그간 롯데는 12월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으나, 지난해엔 11월 말에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는 11월 초로 시기를 더 앞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라진 임원 인사평가도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롯데그룹은 지난달부터 임원을 대상으로 인사평가를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의 교체 폭도 관심사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또 올 들어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가 신사업에서 새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스타벅스 발암물질,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등 대외 변수에다 위기 속에서 기민하게 대처할 인물 발탁을 위해 기업들이 인사 시기를 심사숙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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