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검은콩 우유, 비피더스…첫 직장이 사라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승완 기자
입력 2022-10-18 11: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푸르밀 직원, 해고 통보 당일 온라인에 소비자들에 감사글

  • "푸르밀은 사라지지만, 제품에 담긴 추억 오래 기억해주길"

  • 300개 넘는 댓글 이어져..."좋은 제품 맛보게 해줘 고맙다"

[사진=푸르밀]

"내 첫 직장 푸르밀이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매출 감소와 적자로 사업 종료를 알린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리 해고 통지를 한 당일 이같은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본인을 푸르밀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장문의 글에 입사 당시 설렘과 매출 감소에 따른 상실감, 사업 종료로 인한 아쉬움 등을 드러냈다. 이 글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만명 이상이 보고 1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면서 화제를 모았다.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가나초코최애'라는 별명의 한 푸르밀 직원은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별명에 쓰인 '가나 초코우유'는 푸르밀의 대표 제품 중 하나다.

글쓴이는 "푸르밀은 내 첫 직장이다. 그리고 이 곳이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며  어릴 때 마셨던 검은콩 우유, 엄마가 마트에 다녀올 때마다 사온 비피더스, 기분이 울적한 날 위로해주던 가나 초코우유 등 푸르밀 제품과 얽힌 자신의 추억을 일일이 읊었다.

그러면서 "이런 건 어떻게, 또 누가 만드는 걸까 늘 궁금했었다"며 "소비자가 아닌 관리자로 추억과 애정이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게 설레 부푼 기대감을 안고 (푸르밀에) 입사했다"고 적었다.
 
 

푸르밀 '가나 초코우유'와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사진=푸르밀]


 
하지만 푸르밀에 입사한 글쓴이가 맞닥뜨린 현실은 기대하던 모습과 정반대였다. 그는 "잘 나가던 제품도 몇 년째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도 점차 낮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리저리 치이며 버티고 버티다 당찬 포부를 갖고 입사한 이 곳이 결국 문을 닫는다"며 아쉬워했다.

글쓴이는 정리해고 통보를 받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 (푸르밀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며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을, 때로는 달콤한 칭찬을 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대들(소비자들) 덕분"이라고 했다. 말미에는 "푸르밀 제품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우리 제품에 담긴 추억은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회사는 끝나도 글쓴이의 내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 "글쓴이의 애사심이 전해져 울컥한다", "그동안 좋은 제품을 맛보게 해줘 고맙다" 등 응원과 위로 댓글을 쏟아냈다.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자 글쓴이는 "이렇게 많은 위로를 받을 줄 몰랐는데 공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며 "생산 중인 물량까지는 판매 예정이니 발걸음해주시어 마지막을 함께 추억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영난을 겪던 푸르밀은 다음 달 30일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푸르밀의 영업 손실액은 지난 2020년 113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24억원으로 늘었다. 전 직원 약 400명에게는 정리 해고 통지 메일이 발송된 상태다. 앞서 푸르밀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 LG생활건강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지난달 5일 무산되면서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사진=아주경제 DB]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