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호 퇴진' 10개월 만에 간판 내리는 푸르밀...직원 350명 실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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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10-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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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푸르밀 사업 종료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인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직원들은 "어떠한 협상도 없이 사측이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통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0개월 만에 사업 종료를 발표한 것을 놓고도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푸르밀 노동조합(노조)은 이날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에게 근로기준법 및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진=인터넷]

앞서 푸르밀은 전날 메일을 통해 전 직원에게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기능직과 일반직 전 직원이며 시점은 11월 말이다.

김성곤 노조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 전가를 하며 불법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직원 350명과 직속 농가 50명, 화물차 기사 100명, 협력업체 직원 50명에 식구들까지 2000명 넘는 사람들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가 전신이다. 2009년 독립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 회장이 롯데햄·우유가 분할하면서 롯데우유 지분 100%를 확보하며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변경했다.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운영하던 푸르밀은 2018년 신 회장과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공동 대표로 취임하며 '오너 경영체제'로 회귀한 뒤부터 실적 그래프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우유 소비 감소가 결정적 원인이지만 업황 부진을 만회할 신제품이나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사업 중단 요인으로 꼽힌다. 

 2018년 15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는 매년 늘어나 3년 사이 8배 넘게 증가했다. 연도별 영업손실액은 2019년 89억원에서 2020년 113억원, 지난해 124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18년 75%로 건전한 수준을 기록하던 부채비율은 2019년 99.4%에서 2020년 216%로 치솟더니 지난해엔 507.4%로 3년 새 6.76배나 상승했다. 

현재 직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푸르밀 본사에 근무 중인 일반직 직원은 "사업 종료에 따른 정리해고 통보만 받았지, 그 이후 해고 절차에 대해선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면서 "법인 청산을 하는 건지, 법인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업을 하려는 건지 기사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퇴직금도 사업 종료 14일 이내에 준다는 안내만 받았다. 본사 직원들은 노조도 설립돼 있지 않아 사측과 대화할 창구조차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재 활동하는 노조는 기능직 직원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해고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는 경영상 해고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 △해고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 등 네 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현행 법에는 정리해고 50일 전까지 직원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푸르밀은 사업 종료 43일을 남겨두고 직원에게 사실을 알렸다. 또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했는지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푸르밀은 퇴직금은 지급하되 위로금은 주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기업들은 직원 생계 유지를 위해 퇴직금 외에 위로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롯데마트 구조조정 당시 희망퇴직자에게 재취업 지원금 2000만원과 기본급 대비 최대 27개월분 위로금을 전달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작년 말 신준호 회장 퇴사가 사업 정리를 위한 수순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신 회장이 약 600억원에 사들인 대선주조를 3년 만에 3600억원에 되팔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으며 배임 횡령 등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만큼 이번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 결정도 석연치 않다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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