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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의 여행 in] 회의만 하는 출장길? 왕의 침소에서 하룻밤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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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전주·완주(전북)=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2-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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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니스+레저 '블레저' 여행 트렌드…관광지 연계 이색 회의명소 39곳 선정

  • 한옥호텔 '왕의지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다양한 행사…전주 대표 명소

왕의 지밀 야외공간에서는 결혼식 등 다양한 야외 행사가 열린다. [사진=기수정 기자]

몇 해 전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2박 3일뿐이었기에 줄곧 회의장에만 묶여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름 세계적 여행지로 손꼽힌다는 나라에서 주야장천 회의(會議)만 하다 시간에 쫓겨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 이런 출장을 계속 다녀야만 하나' 하는 회의감(懷疑感)마저 들었던 퍽 씁쓸한 추억이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창궐한 지 3년.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밀려들면서 공허했던 국내 곳곳이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중단됐던 국제회의가 다시금 기지개를 켜면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이도 상당수다. 국내 호텔 연회장과 컨벤션센터는 예약이 힘들 정도다. 

비즈니스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여행 트렌드도 생겨났다. 출장 전후로 개인 휴가를 덧붙여 해당 나라를 경험하고 돌아가려는 이들의 욕구에 발맞춰 '블레저(비즈니스와 레저를 합성한 말)'가 세계 여행 트렌드로 부상했다. 

정부는 블레저 여행객을 공략하기 위해 매년 코리아 유니크 베뉴(한국 이색 회의 명소)를 선정하고 있다. 3년여 동안 잠들었던 코리아 유니크 베뉴는 일상 회복이 시작된 후 다시금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사진=기수정 기자]

◆지역색 품은 이색 회의 장소 '유니크 베뉴'

코리아 유니크 베뉴는 개최국과 개최 지역 특성이 스며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품은 행사 장소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컨벤션센터·호텔 연회장과는 다르다. 

지역색을 물씬 풍기는 공간인 만큼 유니크 베뉴 선정 목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색 환경 속에서 회의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이스 행사(MICE) 주최자와 참가자들이 행사 전후로 행사장 인근 여행지의 문화, 역사, 사람들 일상을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유니크 베뉴의 역할이다. 

한국관광공사(사장 김장실)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관광 경험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관광 콘텐츠 측면이 큰 장소를 매년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정된 베뉴는 전국에 39곳에 이른다. 

이영근 한국관광공사 마이스기획팀장은 "한국을 찾은 외래객들이 관광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져 관광지와 연계해 둘러볼 만한 이색 회의 장소를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선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중 우리 문화의 참맛이 살아 숨 쉬는 고장 '전주(전북)'를 찾았다. 

전주는 교통이 발달해 있고, 행사 전후로 둘러볼 연계 관광 자원이 풍부해 '최적화된 마이스 여행지'라는 평을 받는 곳이다. 

전주 코리아 유니크 베뉴인 한옥호텔 '왕의 지밀'과 복합문화예술공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크고 작은 행사를 유치하며 내외국인 관광객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인근에는 한옥마을 말고도 팔복예술공장, 전주동물원과 드림랜드 등이 보석처럼 박혀 여행자들 관심을 끈다. 

 

왕의 지밀 숙소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왕의 침소에서 하룻밤···왕의 지밀

2018년 5월 대규모 한옥호텔 단지가 과거 조선왕조 전주 이씨 생활 터전이었던 기린봉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이름은 '왕의 지밀(至密)'이다. '지밀'은 왕의 침소, 즉 왕이 자는 곳을 뜻한다.

건물 11개 동에 객실 64개가 있고, 연회장, 세미나실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드넓은 잔디밭과 산책로, 야외 공간이 잘 가꿔져 있다. 거대한 규모만큼 전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이다.

연회 등 다양한 행사가 수시로 열리는 이곳은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지정됐다. 숙소마다 역대 조선 왕 이름(묘호)을 따왔다. 약 1만9840㎡(6000여 평) 대지에 처마를 잇대듯이 지은 한옥들이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청명한 하늘 아래 낮게 이어지다 하늘로 치켜올라간 한옥 고유의 선과 고즈넉한 풍광이 딱딱하고 네모반듯한 빌딩 숲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객실 안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풍광도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는 지붕 위에 걸린 하얀 구름이 둥실 떠가는 광경에 가슴이 몽글해지고, 밤이면 마당에 가득 쏟아지는 별빛에 마음을 뺏긴다. 

외관은 철저히 '한옥'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는 철저히 '현대식'이다. 전통의 멋과 현대식 시설의 편리함을 다 잡았다. 

천장의 통나무 서까래(금실)와 통창 너머 바깥 풍경이 한옥의 멋을 보여주는 한편 TV, 냉장고, 에어컨 등 편의시설 또한 충실히 갖췄다. 

150대 규모인 주차장 외에 한옥 카페, 대장금홀, 사임당홀, 충무공홀, 훈민정음홀이 들어선 컨벤션센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자리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식을 제공하는 삼태극 레스토랑,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삼족오 한식당은 전주시가 지정한 '코로나19 안심 식당'이다. 

호텔에서 전주한옥마을까지 차로 7분이면 닿는다. 그 밖에 전동성당, 경기전, 전주향교 등 전주 대표 여행지가 가까이에 있다.
 

왕의 지밀에서는 콩나물국밥을 조식으로 제공한다. [사진=기수정 기자 ]



◆마음을 이끄는 소리 가득···한국소리문화의전당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선정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주를 넘어 전북의 '자부심'으로 꼽히는 공간이다. 2001년 9월 문을 연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호남 최대 규모 복합 문화 예술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다음으로 규모가 크며, 세종문화회관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규모(대공연장 기준)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매주 굵직한 음악 공연이 열리고 크고 작은 음악회와 전시가 매일매일 펼쳐진다.

대공연장인 '모악당'에서는 뮤지컬, 콘서트, 오페라 등 대형 공연이 열린다.

이곳 객석은 총 2037석이다. 특히 십자형 무대로 조성돼 서울에서 열리는 웬만한 공연들은 이곳에서도 너끈히 소화할 수 있다. 너른 공연장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해 아이스쇼도 개최한 적이 있다.

연지홀에서는 주로 클래식, 연극, 국악, 무용 공연이 열리는데 이곳에서는 관객과 좀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 밖에 국악과 클래식 독주 공연이 열리는 명인홀, 7000석 규모인 노천극장 콘셉트 야외공연장까지 갖췄다. '야외공연장'으로 등록된 것 중에서는 이곳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전국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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