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진태 강원지사의 '정치적 판단' 그리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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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강대웅 기자
입력 2022-10-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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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의 상환 번복을 야기해 촉발한 채권시장 동요에서 자유롭지 못해

  • 정치적 결정이 얼마나 큰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지 경제적 교훈 얻어

김진태 강원지사 [사진=강원도]

‘사람이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더 크다’는 말이 있다. 떠난 사람의 자리가 깨끗하지 못 할 때는 더욱 실감이 나는 속담이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난 자리에 들어선 민선 8기 김진태 지사의 고심이 요즘 남다를 것 같다.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강원도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증채무액 변상도 변상이지만 강원도의 상환 번복을 야기해 촉발한 전국 채권시장의 동요에서 자유롭지 못해 더욱 그렇다.

김 지사는 당선 초기부터 레고랜드에 관련해 많은 고심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가 민원의 온상이 됐고, 레고랜드가 강원도와 비리의 커넥션이 연결되어 있다는 수많은 루머가 돌자 고강도 조사를 지시하는 등 아픈 손가락으로 치부했다.

애초 강원도 내 경제유발 효과를 예상하고 유치한 레고랜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전임 최 지사의 최대 실적으로 꼽히는 레고랜드 사업을 들추자니 전임 지사 치적지우기라는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
 
자칫 알펜시아와 함께 강원도의 대표적인 적폐라며 공개적으로 들여다보고 경우에 따라선 손을 보면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 예상돼서다.

그러는 사이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위기가 닥쳤다. 공사는 전임 최문순 강원지사 시절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해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강원도는 이를 지급보증했다. 만기는 지난 9월 22일이었다.

하지만 자본잠식상태였던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강원도의 보증을 내세워 내년 1월까지 만기연장을 추진했고 이자도 선지급해 부도 차단에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강원도 1차 만기일을 앞둔 지난달 28일 공사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할 방침을 밝히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그 후 결국 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은 부도가 났다. 금융계 충격도 커졌고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보증 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 시장의 불안이 지속했음은 물론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강원도가 뒤늦게 지급보증을 이행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으며 오히려 김진태 강원지사의 섣부른 판단이 도마 위에 오르며 허술한 업무처리 방침에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행히 새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2050억원을 전액 충당할 계획이라 밝혀 신뢰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최악으로 치달은 투자심리를 달래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강원도의 속사정은 더욱 미묘하다. 가뜩이나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에서 2050억원의 예산을 빼내야 하는 사정에 처했다.

강원도의 재정은 그리 풍족한 편이 아니다. 김 지사도 취임 초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재임기간 꼭 도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만 집행하는 긴축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재정자립도가 24.7% 수준으로 전국 평균 45.3%에 한참 못 미치는 것도 감안한 특단의 결정이었다. 이러한 강원도의 올해 예산은 추경을 제외하고 7조1161억원이다. 여기서 인건비·복지비 등을 빼면 실제 가용재원은 훨씬 줄어든다. 이를 감안해 보면 이번에 투입되는 2050억원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김 지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고 보증을 선 곳에서 돈을 갚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볼 수도 있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전임 지사가 벌여놓은 사태의 뒤치다꺼리에 거액을 들여서 해야 한다는 김 지사의 비틀린 속내가 사태를 키웠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아무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원도는 정치적 결정이 얼마나 큰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나 하는 경제적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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