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래원 "나를 바꾼 '데시벨'…이제야 내려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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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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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시벨'에서 전직 해군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김래원 [사진=마인드마크]

영화 '데시벨'은 소음에 반응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표적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의 분투를 담고 있다.

배우 김래원은 '전직 해군 부함장' 역을 맡았다. 하루아침에 폭탄 테러의 표적이 된 인물. 옛 해군 동료의 주택에서 일어난 폭발을 시작으로 대규모 축구 경기장, 대형 워터파크,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등이 테러 장소로 지목되자 도심 곳곳을 달리며 테러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부함장'이 매우 냉철한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그 사건'이 벌어진 뒤 자책 속에서 살아가는 '부함장'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리려면 (캐릭터)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건' 이후 더욱 딱딱하고 무거워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도입부에서 장난기 넘치고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김래원은 직접 고강도 액션을 소화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도심 곳곳을 뛰고 물속까지 뛰어드는 등 치열한 액션을 소화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극 흐름에 맞게 잘 따라가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도 액션은 스턴트 배우분들께 맡기자고 이야기해놓은 상태였고요. 하지만 촬영을 시작한 뒤부터 마음이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직접 액션을 소화해야) '진정성'이 느껴지잖아요. 과장되지 않은 표현으로 진정성 있게 느끼게 하려면 제가 액션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영화 '데시벨'에서 전직 해군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김래원 [사진=마인드마크]

화려한 액션이냐, 진정성 있는 액션이냐. 김래원은 깊은 고민 끝에 '진정성'을 택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그는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직접 액션을 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가 예민하고 꼼꼼한 편이거든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도 대역 느낌이 나면 몰입이 확 깨지곤 해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할 때도 그런 '흐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동작 하나하나도 감정이 있고 어떤 흐름이 있으니까요. 영화 말미 '설계자'와의 액션 장면도 마찬가지였죠. 전문 스턴트 배우가 (액션 연기를 한다면) 멋지고, 화려하겠지만 인물이 가진 분노는 제가 더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어요."

그야말로 뛰고 또 뛰었다.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액션을 소화하기로 한 그는 망설임 없이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혼자' 하는 액션이 아닌 아역 배우와 함께 합을 맞추는 장면이었다.

"축구장 폭파 장면이 참 어려웠어요. 꼬마 아이를 구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영화로 보기에는 제가 그 아이를 구하는 거지만, 실제로 성인 남자가 (아이를) 덮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잖아요.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감독님께 '더미(dummy, 인체 모형)'를 안고 찍는 게 어떠냐고 제안 드렸고, 제가 조금 더 과감하게 연기하자고 결론이 났죠."

상영 내내 '부함장'은 제복을 입고 액션 연기를 소화한다. 김래원은 "액션 하기 좋은 옷은 아니었다"라며, 자유로운 액션 연기를 위해 여벌 제복을 3~4벌이나 준비했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의상팀에서는 '제복 핏이 중요하다'며 몸에 딱 맞는 제복을 맞춰줬어요.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액션 연기가 중요하니까. '제약받으면 안 된다'며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준비해달라고 했죠. 액션용으로 얇은 제복, 큰 제복 등 3~4벌을 더 준비했어요. 시사회를 마치고 '제복이 정말 잘 어울린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아, 그런 부분도 영화에 영향을 미치는구나' 생각하게 됐죠."
 

영화 '데시벨'에서 전직 해군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김래원 [사진=마인드마크]

김래원은 '설계자' 역을 맡은 이종석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종석이는 감독님께서 오케이(OK) 하셨더라도 상대 배우에게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는 편이에요. 굉장히 잘 해냈는데도 항상 아쉬워하더라고요. 후배라도 같은 배우기 때문에 연기에 관해서 말하는 건 조심스러운데요. 종석이가 열정적으로 묻고 또 여러 번 촬영에 임해줘서 저도 의견을 보탤 수 있었어요. 진짜 대단한 건 저의 조언을 잘 이해하고 자기식대로 녹여낸다는 점이에요. 쉽지 않은 일인데도요."

영화 '데시벨'은 김래원의 연기 활동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그동안 강렬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던 터라, '작품'보다 '캐릭터' 위주의 연기를 펼쳤던 그는 '데시벨'을 기점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됐다.

"그동안 제가 맡은 역할, 캐릭터를 위한 연기를 중점적으로 해왔다면 최근에는 극, 스토리를 위한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나름대로 오래 배우 생활을 해왔는데도 이제야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아직 능숙하지 않지만 적절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흐름 같아요. 이 작품은 사실 '부함장'보다 '설계자'가 빛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균형을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주변에도 '혹시라도 내가 (균형 맞추기를) 잊어버린다면 인지시켜달라'고 말해놨어요. 계속해서 균형감각을 찾아가는 게 중요했죠."
 

영화 '데시벨'에서 전직 해군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김래원 [사진=마인드마크]

시간이 흐르고 배우 경력이 쌓이며 조금씩 내려놓을 줄 알게 됐다. 그는 '프리즌'으로 호흡을 맞췄던 한석규와의 대화를 언급하며, 배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익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한석규 선배님과 통화를 했어요.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제 나이를 물으시면서 '제일 좋을 때'라고 하셨어요. '지금까지는 연습한 거라고 생각해. 너는 재능 많고 훌륭한 배우니 이제 정말 잘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얘기를 두 번, 세 번씩 하시면서 정확하게 인지시키려고 하시더라고요. 한석규 선배님의 말씀 덕에 저 자신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어요.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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