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수차례 물밑 협상에서도 연거푸 고배를 마시는 지점은 법인세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춰 투자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면 규모가 큰 극소수 기업만 혜택을 봐 실효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네번째 데드라인마저 불발...'제3의길' 나올까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까지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 실패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을 예산안 합의 처리를 위한 네 번째 마감 기한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야가 거듭 충돌하며 협상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대목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다. 앞서 정부는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p 낮추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그간 나타나지 않았던 접점을 향한 움직임은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날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뿐 아니라, 더 작은 규모 기업들에도 과세구간별 세율을 1%p씩 낮추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제3의 안'을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OECD 38개 회원국 중 7위...깎아야 기업·서민 모두 혜택 본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유발할 확실한 유인책이라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기재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를 늘리고 세수에도 선순환이 나온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왜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내려왔을까, 우리나라 역대 정부가 왜 법인세를 내려왔을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부인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민주당은 입만 열면 '서민감세, 초부자감세'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서민 중에도 주식투자를 하는 분들이 많아 법인세를 낮추면 그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간다"며 "법인세를 낮추면 60∼70%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데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우리나라 법인세로 국내 투자와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매년 줄어드는 통계가 민주당 눈에만 보이지 않는 듯하다"며 "법인세가 인하되면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모든 기업 주주, 종업원과 협력업체 이익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 38개국 중 일곱 번째로 높으며,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21.5%다.
◆"연간 3000억↑ 영업익 기업 100여개뿐...실효세율 봐야"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감면 혜택은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초부자기업 맞춤형' 특혜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1년에 3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100개도 안 되는 기업을 위해 법인세를 3%p 낮추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하는 게 정부·여당의 온당한 태도와 인식이냐"고 반문했다.
또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과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세율인 '실효세율'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박 원내대표는 같은 날 "대한민국 법인세 실효세율은 17%가량 된다"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논리가 '외국 투자가 대만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도록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기업 투자란 건 세금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다른 나라들은 그들로부터 횡재세를 걷겠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 법인의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 안달"이라며 "이들이 내는 법인세 세수가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4년 16%에서 2017년 17.2%, 2018년 17.6%, 2019년 19.1%로 상승했다가 2020년 17.5%로 낮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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