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지용 연구 석사 논문 쓴 오탁번 시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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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3-02-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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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문학자이자 50년 넘게 시·소설 집필

 

14일 별세한 오탁번 시인 [사진=한국시인협회]


 
고려대 명예교수인 국문학자 오탁번 시인이 지난 14일 오후 9시 세상을 떠났다고 한국시인협회가 전했다. 향년 80세.
 
194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영문학과와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1970년 당시엔 금기시된 정지용 시를 연구해 주목받았다.
 
고인은 고려대 재학생이던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이와 아버지'가,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가,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처형의 땅'이 당선되며 '신춘문예 3관왕'으로 화려하게 등단했다.
 
이후 육군 중위로 입대한 그는 1974년까지 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관을 지냈으며 1974~1978년 수도여자사범대학 국어과 조교수를 거쳐 1978년부터 모교인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고인은 반세기 넘게 시와 소설, 평론을 오가며 다량의 문학 작품을 발표했다. 시인으로 더 유명하지만 1980년대 말까지 소설에 주력하며 중·단편을 발표했다.
 
시집으로는 '아침의 예언'과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강', '1미터의 사랑', '벙어리 장갑', '손님', '우리 동네', '시집보내다' 등이 있다.
 
'처형의 땅'과 '새와 십자가', '저녁연기', '혼례', '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 '순은의 아침' 등의 소설집도 출간했다. 2018년에는 등단작 '처형의 땅'을 비롯해 절판된 창작집과 이후 발표작까지 60여 편을 묶은 '오탁번 소설'(전 6권)을 펴냈다.
 
이중 1973년 소설 '굴뚝과 천장'은 1972년 실종 11년 만에 발견된 고대생 사건에 충격을 받아 현실 정치에 맞서 투쟁하다가 희생된 지식인의 모습을 그렸다. 유신체제를 풍자한 '우화의 집'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 '우화의 땅', 인간의 본능을 다룬 '혼례' 등 역사와 사회를 탐색한 작품도 다수 선보였다.
 
평론집 '현대문학산고'를 비롯해 '한국현대시사의 대위적 구조', '현대시의 이해', '시인과 개똥참외', '오탁번 시화', '헛똑똑이의 시읽기', '작가수업-병아리시인', '두루마리' 등 다양한 산문집도 냈다.
 
고인은 1998년 시 전문 계간 '시안'을 창간했다.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었다.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문학상(1997), 한국시인협회상(2003), 김삿갓 문학상(2010), 은관문화훈장(2010), 고산문학상 시부문 대상(2011)을 받았다.
 
빈소는 고려대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 특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7일 오전 10시, 장지는 제천 개나리 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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