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햇반 전쟁'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업체 컬리와 손 잡고 전용 상품 '컬리 온리'를 출시한다. CJ제일제당이 상품 개발단계부터 이커머스업체와 협업하는 것은 컬리가 처음이다.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마진율 협상이 3개월째 공회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다른 이커머스와의 협력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컬리와 CJ제일제당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 협약(JBP)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컬리에서는 김슬아 대표이사와 최재훈 최고커머스책임자, 서귀생 상품본부장 등이 참석했고, CJ제일제당에선 김상익 식품한국사업총괄, 김현진 디지털사업본부장, 최자은 한국마케팅본부장, 임현동 이커머스세일즈 담당 등이 자리했다.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양사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위해 긴밀히 협업할 계획이다. 신선식품을 비롯해 가공식품, 가정간편식(HMR) 등 전반적인 식품 상품 개발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컬리 상품기획자(MD)가 CJ제일제당 상품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업체와 공동 상품 개발을 하는 것은 1953년 창립 이후 70년 만이다. 양사는 연내 '컬리 온리' 단독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품 개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데이터 및 마케팅 분야에서도 서로 협력한다. 양사가 보유한 판매 데이터와 식품 시장 분석 자료 등을 공유하고 이를 상품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협업은 식품업계 1위와 식품 온라인몰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컬리의 만남이란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등 글로벌 1등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이다. 컬리는 뛰어난 상품 큐레이션 역량 뿐 아니라, 풀콜드체인(full-cold chain)을 통한 '샛별배송 서비스'로 유명한 국내 대표 일상 장보기 앱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다. 풀콜드체인 시스템은 농수산물을 산지에서부터 수송, 저장, 집 앞 배송까지 전 유통 과정에서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온도 관리시스템을 말한다.
김슬아 대표는 “식품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두 회사가 파트너십을 맺게 돼 기대가 크다”면서 “1등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과의 협업을 통해 최상의 제품을 최선의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11월 말 쿠팡이 비비고와 햇반 등 발주를 중단한 지 3개월째를 넘어가는 만큼 다른 이커머스업체를 통해 쿠팡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마진율 협상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면서 "CJ제일제당이 쿠팡의 대안으로 컬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발주 중단 이전에 쿠팡에 공급하던 물량을 다른 이커머스와 유통 채널로 돌려야 하고 둔화된 온라인 사업의 매출 성장률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의 발주 중단 기간이 포함된 지난해 4분기 CJ제일제당의 온라인 사업 매출 증가율은 10%에 그쳤다. 지난해 1~3분기까지 온라인 사업의 매출이 꾸준히 30%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간 경영실적 발표에서 쿠팡과의 납품단가 조정 협상 진척 상황을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다른 플랫폼이나 채널에서 그 부분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커머스업체와 상품 기획부터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다만 쿠팡과는 상관 없이 결정된 사안이다. 컬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업무협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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