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해자 유가족이 장대호와 그 사용자인 모텔 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지급받은 유족구조금은 장대호에게서 받을 손해배상금에서만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죄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이 범죄자의 사용자보다 더 크다면 다액채무자인 범죄자 본인 단독 채무에서 공제하는 것이 범죄피해자 구조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해자 A씨의 유족들이 피해자가 묵었던 모텔의 주인 이모씨와 장대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장대호는 2019년 8월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을 살해하고 사체를 절단한 뒤 이를 5차례에 걸쳐 한강에 버린 혐의로 이듬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A씨 배우자와 자녀는 장대호와 그 고용주인 모텔 주인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소송 중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유족구조금 약 8800만원을 받았다.
1심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A씨가 생존했다면 벌 수 있었던 장래소득을 4억7400여만원으로 계산하고 유족들이 이미 받은 구조금 8800여만원을 공제했다. A씨에 대한 위자료는 8000만원으로 판단해 손해배상금으로 총 4억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심은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이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장대호가 투숙객을 고의로 살해할 것을 예견하고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취지다. 이어 A씨의 일실수입은 4억9700여만원으로 계산하고 마찬가지로 유족구조금을 공제했다. 위자료는 1심과 같은 약 8800만원으로 책정했다.
2심이 이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하면서 장대호가 이씨보다 유족 측에 배상해야 하는 액수가 커졌는데, 2심은 이들이 배상해야 하는 피해자의 일실수입에서 모두 유족구조금을 공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족구조금은 피고 장대호가 단독 부담하는 부분에서만 공제해야 하고 모텔 업주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사용자인 이씨가 더 적은 금액을 내야 하는 경우 다액채무자인 범죄자 본인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에서만 구조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 (구조금을) 공제하면, 국가가 범죄자의 무자력 위험을 부담하면서 범죄자로부터 충분한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 측이 국가로부터 신속하고 간편하게 범죄피해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범죄피해자구조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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