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커버곡이 목소리 주인공과 원곡 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목소리 주인공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인격표지영리권), 원곡자에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AI 창작물을 저작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권리 침해 문제를 보다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명인 음성 무단사용 '퍼블리시티권' 침해...음원 복제 '저작권 침해' 의견
AI 커버곡은 인공지능에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뒤 다른 음원 등과 합성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브루노 마스의 하이프 보이 AI 커버곡이 재생수 3억회를 넘어섰다. 유튜브에서는 더 위켄드(The Weekend)가 부르는 피프티 피프티의 'Qupid',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가 부르는 뉴진스의 'Ditto' 등도 모두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했다. 해당 음원을 제작한 유튜버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음원을 제작하지 않았지만 조회수에 따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법조계에서는 AI 커버곡이 목소리의 주인공과 원곡자 등의 권리를 두루 침해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널리 알려진 유명인의 음성‧초상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부정경쟁방지법상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가 있다. 저작권 전문 김경환 변호사는 "브루노 마스의 경우 목소리를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다"며 "노래를 부르는 창법이나 분위기나 이런 걸 모방을 해서 다른 노래를 부르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된다"고 전했다.
AI 커버곡은 '복제'가 발생하므로 원곡자 쪽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칙적으로 음원이 삽입된 편집 영상, 커버 노래 영상 등은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거나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AI가 특정 음원을 사용할 경우 노래, 연주자 등 실연자와 작사 및 작곡가 등 저작권자, 음반제작자와 같은 저작인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AI업체가 음원을 사용하려면 음원 원곡자 측의 허락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저작권법 측면에서 '이용‧허락'이라는 개념"이라며 "원곡자 측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음원을 무단사용했다고 주장하면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안별로 다르지만, 유튜브의 경우에는 정책상 저작자에게 저작권료가 넘어가도록 설정돼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목적(비평, 보도, 교육, 학문 등)에 따라 저작물 사용을 일부 허락하는 '공정이용' 법리를 적용하더라도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실제로 5살짜리 딸이 의자에 앉아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것을 촬영한 동영상을 블로그에 업로드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UCC 제작자의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대한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우리 아티스트 음원 복제 금지"...해외선 'AI 커버곡' 삭제
해외에서는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음반사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AI가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학습하는 것을 차단하도록 요청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AI가 구현한 드레이크(Drake)와 더 위켄드의 가짜 협업(컬래버레이션) 음원이 300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자,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몸담고 있는 유니버셜뮤직그룹(UMG)은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에 저작권 침해 등 사유로 AI의 소속 아티스트 목소리 학습을 금지했다.이에 AI 커버곡이 저작권을 침해한 유해한 창작물이라는 '비판론'과,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새로운 창작물이라는 '옹호론'이 공존하고 있다. 영국 언론 '미러'는 지난달 17일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모방한 AI 노래 커버가 음악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영국 매체 '가디언지'는 지난 4일 AI가 팬들의 환상을 실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반론성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AI 커버곡 삭제 요청이나 저작권 침해 주장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BTS 등 국내 유명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하이브 측은 본지에 "AI기술을 이용한 글로벌 팝스타 버전의 하이브 레이블 음원은 원 저작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게시한 경우 복제권, 전송권 침해 등 저작권 침해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아티스트와 음원을 좋아해주시는 마음에서 올리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음악과 기술의 만남이 기존의 산업을 더욱 풍성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최우선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레이블 및 아티스트의 승인 없이 게재되는 음원 콘텐츠의 경우 아티스트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적절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I 창작물이 기존 저작물의 '변형적 이용'인지, 저작물성이 없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기준이 없어 저작권 침해 대응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어느 수준까지 AI를 통해 데이터를 변형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에 의한 권리 침해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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