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의 올해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켄텍) 출연 규모를 일부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기요금에 함께 매기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활용한 정부 출연은 기존 310억원 규모가 유지될 전망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에너지공대에 대한 한전의 올해 출연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1600억원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이 구조적인 적자를 겪고 있기 때문에 출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해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공대에 출연하는 것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공대에 대한 한전의 출연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일명 '한전공대'라고 불리는 에너지공대는 문재인 정부 국정 사업으로 에너지 분야 우수 인재 육성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전남 나주에서 개교했다. 현재 학부 1~2학년 학생 200여명이 재학 중이다.
에너지공대는 지난해 문을 연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교 적법성 논란이 이어졌다. 감사원은 지난 3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를 수용해 에너지공대와 한전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2031년까지 에너지공대 설립과 운영에 들어갈 비용이 1조6000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전은 에너지공대의 주된 책임 기관이다.
한전과 10개 계열사는 2020년부터 3년간 1724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올해 1599억원, 2024년 1321억원, 2025년 743억원 등 향후 3년간 3600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문제는 한전의 경영난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지속하면서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45조원의 적자가 쌓였다. 현재 한전은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한전이 구조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출연금 규모를 하향 조정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지만 축소 폭은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생들이 재학 중인 상황에서 급격한 재원 삭감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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