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가격이 6개월 새 10~15% 올랐어요.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순살 원재료 가격이 가장 많이 올라 매출에 타격이 적지 않습니다." ('광장 누룽지 닭강정' 직원 윤모씨)
전국으로 유명세를 떨친 맛집들도 ‘물가 공포’에 휩싸였다. 석가탄신일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우중충한 날씨에도 방문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시장 내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하늘길이 열리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활기를 되찾긴 했지만 매출 사정은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원재료 가격 급등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국 3대 닭강정 맛집’으로 소문난 '광장 누룽지 닭강정'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광장시장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코스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힙’한 닭강정 가게 중 하나다. 전국 팔도에서 택배까지 받을 정도다.
닭고기 가격 상승이 ‘맛집' 경영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육계협회가 공개한 육계 시세에 따르면 지난 26일 ㎏당 '대' 3090원, '중' 3190원, '소' 3290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9일과 비교해 각각 '대' 10.8%, '중' 10.4%, '소' 13.8%씩 상승한 것이다.
치킨집이 주로 사용하는 '중' 기준 생계 가격은 올해 3월 초 3190원을 기록해 36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생계 가격이 3000원대로 상승한 것은 한국육계협회 창립일인 198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소' 기준 생닭 가격은 3290원으로 역대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오름세에 고통을 호소하는 곳은 식당뿐만이 아니다. 시장 상인들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매출 감소를 하소연하는 곳이 적지 않다.
광장시장에서 40년간 축산업에 종사한 박순철(65)씨도 이달 초 발생한 구제역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매출에 적잖은 충격을 입었다. 시장 안에 있는 육회 음식점 중심으로 소고기를 납품하는 박씨는 육우 공급 감소로 장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현재 매출은 지난해 대비 7~8% 줄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강원 횡성, 충북 음성, 전라도에서 소고기 투플러스(++)를 취급해 손실을 줄이고 있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도축을 제한하면서 한 마리씩 납품을 못 받고 부위별로 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받으면 운임비, 인건비 상승으로 납품가격이 올라가지만 거래처와의 관계 때문에 당장 납품가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청과물을 취급하는 상인들도 물가 공포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채소가게들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채소 도매가격이 뛰자 손님이 줄어든 탓이다.
청과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여·50대 후반)는 "양파와 감자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채소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한때 A채소가게에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기서 판매하는 오이 가격은 2개에 2000원이었다. 오이 1개당 1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는 도매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이 도매가격(다다기 계통)은 100개당 4만1575원으로, 전주 대비 7.4% 상승했다.
이달 채소류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26일 기준 양파의 도매가격은 1만9800만원(15㎏ 기준)으로 전주 1만8260원 대비 7.8% 올랐다. 1년 전(1만2312원)과 비교하면 60.8%나 크게 상승했다. 감자 역시 가격 변동폭이 큰 작물로 꼽힌다. 감자(수미) 도매가격은 5만2960원(20kg)으로 1년 전(4만4948원) 대비 15.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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