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2월 태양광전지 제조설비 업체 SJ이노테크가 한화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제기한 기술침해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SJ이노테크 손을 들어줬다. 배상액은 피해액의 2배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 침해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이끌어 낸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사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전적 구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유출 피해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기술 유출이 한 번 발생하면 성장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에서다.
양형 기준 강화 예고 했지만···실제 구제는 미지수
1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검거한 기술 유출 범죄 사건 33건 중 83%(29건)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검거한 사건에서 78%(18건)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상승한 수치다.중소기업 대상 기술 유출 범죄는 늘고 있지만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드물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 등은 기술 유출 범죄에 징역형과 함께 최대 15억원이라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징역 선고와 함께 벌금이 병과된 사례는 전무하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도 실제 피해 구제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현재 중소기업이 기술 유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뿐이다. 그러나 소송에는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2021년 중소기업이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할 때 대응 비용이 약 2600만원 발생했다. 소송 기간(1심 기준)도 평균 234일 소요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영업비밀 유출을 감수해야 하는 점도 중소기업들에는 걸림돌이다. 증거 대부분이 인멸하기 쉬운 디지털 자료라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액 몰수해 피해 기업에 환부해야···입증 책임 완화도"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국가 기관을 통해 피해액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 유출 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하고 '피해자 환부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중대범죄에 대해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기술 유출 범죄에도 적용하는 한편 몰수·추징된 재산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도록 한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민사사건은 피해액 산정에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 구제가 지체된다"며 "반면 형사사건은 국가 기관이 입증 책임을 갖게 돼 조금이나마 더 수월하게 피해 회복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징액 규모가 손해배상 금액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설이 지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자칫 피해액을 빨리 주되 적게 인정해버리면 오히려 더 불리할 수도 있다"며 "일부를 보전해 준다는 측면이 아니라 피해액을 그 금액만으로 한정해버리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피해 중소기업에 대해 입증 책임을 완화해 '승소'를 위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술 유출·침해 사건 특성상 피해 기업 측 기밀을 이용해 가해 기업이 이익을 얻은 자료를 가해 기업 측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액을 제대로 입증해내기 어렵다. 현재까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이끌어 낸 사례는 SJ이노테크이 유일하다.
김 변호사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엄한 처벌과 손해배상액이 뒤따른다는 인식이 있어야지 예방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재판부가 입증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높게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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