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7일 자사의 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인 '판구(盤古) 3.0'을 공개했다. 이날 중국 광둥성 둥관에서 열린 ‘화웨이 개발자 콘퍼런스 2023’ 자리에서다. 화웨이는 판구 3.0이 금융·행정·제조·제약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산업 비즈니스용 AI 모델임을 강조했다.
화웨이 클라우드에 따르면 판구 3.0은 최대 1000억개 매개변수 기능을 갖춰 사용자들이 다양한 고객이 자신의 수요에 맞게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산업의 공개된 데이터를 통한 훈련으로 업종에 특화된 AI모델 환경도 제공할 수 있다. 훈련 성능도 현재 업계 주류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1.1배에 달한다는 게 화웨이 측의 설명이다.
이로써 화웨이는 바이두·알리바바 등이 뛰어든 '중국판 챗GPT'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산업 비즈니스 전문성을 강조하며 다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핑안 화웨이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화웨이 판구는 (챗GPT처럼) 시를 쓰지 않는 대신, 일을 해서 산업적 가치를 창출한다”며 산업 기업 비즈니스에 전문화된 AI모델임을 강조했다.
판구 3.0은 업계 통용되는 GPU 대신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 프로세서 '어센드(중문명 昇騰·성텅)'와 AI 컴퓨팅 프레임워크 '마인드스포어(昇思·성쓰)'를 통해 훈련, 학습한다는 특징도 있다.
장 CEO는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과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나날이 급증하는 컴퓨팅 파워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화웨이가 컴퓨팅 파워의 대안을 제공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미국이 지난해 8월 중국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공급업체인 엔비디아·AMD로부터 최첨단 AI칩을 구매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출 제한조치를 내리면서 중국산 AI칩 개발의 중요성이 커졌다. 엔비디아는 AI 시스템을 훈련하는데 사용되는 GPU 시장의 1인자로 기술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엔 미국 정부가 클라우딩 컴퓨팅에 대한 중국 업체의 접근 제한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며 미·중 반도체 전쟁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첨단 AI칩을 사용하는 아마존 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중국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미국 정부로부터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화웨이는 이미 2019년 미국 행정부의 거래금지 명단(블랙리스트)에 오르며 미국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돼 일찍이 자체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첨단 칩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스마트폰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한 기업 비즈니스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왔다.
화웨이가 판구 모델을 처음 발표한 것도 미·중 기술전쟁이 고조되던 2021년이다. 판구라는 이름은 중국 신화에서 천지를 창조한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했다.
화웨이 클라우드에 따르면 판구는 오늘날 금융·교통·에너지·교육·항만·광산·의료·기상 등 1000여개 산업 프로젝트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상 분야에서 태풍의 향후 열흘간 경로를 알기 위해 5시간 동안 3000대 서버를 가동했던 것을 화웨이 서버 하나로 10초 안에 더 정확한 결과를 예측 가능할 수 있다는 게 화웨이 측의 설명이다.
화웨이 클라우드 사업도 고속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중국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알리바바에 이은 2위다. 화웨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9%로 전년 대비 5.5%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알리바바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2.7%포인트 줄어든 3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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