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공천 룰(규칙)' 개정을 시사하면서 당 내홍이 격화할 조짐이다. 공천 룰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계파별 의원들의 내년 4월 총선 셈법이 달라져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이날 부산을 찾아 당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혁신위 관계자는 "당원과 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부산 지역의 지역위원장을 포함한 당원과 비(非) 당원인 시민들을 만나 혁신안 마련을 위한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위는 전날에도 영남권 시도당 위원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출마 제한 △현역 의원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지역당 부활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혁신위가 연이어 지역 간담회를 갖고, 현역 의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에도 "적극적으로 수렴해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하면서 당내 불만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현재 혁신위는 동력 상실 위기에 처해 있다. 1호 혁신안으로 발표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우여곡절 끝에 '조건부'로 당내 의원들의 동의를 얻으면서다. 1호 혁신안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한 혁신위가 현역 의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공천 관련 혁신안을 발표할 경우 반발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중진 의원은 "(혁신안을) 전 당원이 다 동의하면 모르겠는데 어떤 누구한테만 유리하게 만든다면 대립과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의한 것이 아닌 혁신위에 의한 것이 된다면 거기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 출신 의원도 "혁신위가 공천을 건드리는 순간 논란이 증폭되는 것"이라며 "혁신위가 할 수 있는 건 정치적 선언 정도다. 결국 자승자박의 결과만 만들어 내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상황에서 친명(이재명)계 의원들은 혁신위의 '공천룰' 언급을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18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해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인데 '공천 룰'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국민이 원한다면 안 다룰 순 없다"고 했다.
그러자 다음날 친명계 민형배 의원은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한다"며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4분의 3 이상, 즉 39명 중 30명은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가 '공천 룰' 개정을 언급하고, 친명계 의원이 뒤이어 구체적 안을 제시하면서 혁신위와 친명계 의원 사이에 '암묵적인 공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현재 지도 체제에 대한 진단도 하지 않은 채 혁신위가 공천룰을 바꾸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누가 수용하겠나"라며 "의원들 사이에서는 (혁신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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