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출발하게 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인적쇄신'을 강조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어떤 경우든 정경유착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인적구성원은 다 물러나야 한다"며 "인적쇄신이 가장 중요하며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정치권에 몸담았던 김병준 전 회장 직무대행이 한경협 출범 이후에도 고문으로 남은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지난 22일 임시총회에서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을 상임고문으로 두기로 했다. 전경련에서 필요한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김 전 회장의 뜻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류진 신임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 출신이라는 배경보다는 사람 자체가 더 중요하다"며 "고문으로 모시면서 제가 필요한 게 있으면 자문도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옷을 제대로 입으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며 "전경련은 정경유착이 문제가 돼 과거 흑역사를 만든 것이라 단 1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것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계 안에서도 김병준 상임고문 선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정경유착 근절을 제1의 혁신 과제로 선언해놓고 ‘정권 대리인’으로 의심받는 여권 인사를 중용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이에 삼성 준감위는 한경협 회비운영 내역을 비롯해 회계투명성에 대해 철저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통상적인 회비는 당연히 보고, 특별회비든 어떤 명목이든 전경련에 들어가는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삼성에 준감위가 존속하는 동안 명분 없는 후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외형 자체가 벌써 정경유착 고리가 있는 것처럼 의심받을 수 있다"며 "안이 아니라 밖에서 자문하는 게 더 객관적이고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직역단체로서 한경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직역단체는 구성원을 보호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존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재계 여러 기업의 이익을 조화시켜 대변해 줄 수 있는, 기업 간 조정과 균형을 이룰 단체가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전경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미국, 일본, 대만 등 삼성이 경쟁할 상대가 너무 많은데 일일이 삼성이 다 경쟁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고 국가적으로 크게 해결해줘야 할 부분도 있다"며 "전경련이 과거 잘못이 있다고 해서 이제 그만인 게 아니라 다시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추진·실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22일 전경련은 출범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명칭을 바꿨다. 아울러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이 2016년 국정농단사태로 탈퇴한 이후 7년 만에 합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