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차를 몰고 돌진한 후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2명을 다치게 한 '서현역 흉기난동'의 피의자 최원종(22)이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범행 동기 등이 담긴 옥중 편지 5장을 한 언론 매체에 보냈다. 편지 내용에는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는 등 피해망상에 시달렸다는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다.
1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씨는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를 편집국 앞으로 보내왔다고 전날 밝혔다. 최씨는 편지를 통해 성장배경과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 피해자를 향한 사과 등을 전했다. 전문가들을 이를 두고 '감경 전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최씨는 편지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아이 모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가담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며 "언제든지 살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최원종을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원종이 비록 망상 상태이긴 하나 상당한 학업능력을 갖췄고, 가상화폐·주식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했다"며 범행 전 '심신미약 감경' 등 감형을 의도하는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편지에서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한 뒤부터 이같은 피해망상에 시달렸다면서 성장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인기피증이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심각해 고등학교 진학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자퇴 이후 부모님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아지며 대화가 단절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고 했다.
최씨는 "당시 저는 마치 나무의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포도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처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며 "사회를 저주하는 글이나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글을 작성해 분풀이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생각 끝에 해결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씨는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며 최근 심경에 대한 내용도 편지에 담았다. 그는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자퇴 이후 여러 번 실망을 시켰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를 보여줘 부모님께도 죄송하다"고 적었다.
최씨는 범행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그는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라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하다"고 했다.
최씨는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남은 인생 동안이라도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씨의 편지가 심신미약 감형을 노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편지 내용에 대해 "어떤 내용을 적는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하게 알고 자기 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편지 내용으로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줄 가능성도 없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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