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IPO 대박 아니면 쪽박…기업도 투자자도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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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3-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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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대박' 아니면 '쪽박'의 갈림길이었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하거나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해 참패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흥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하반기 IPO '대어'들이 증시 데뷔에서 다른 결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미달부터 수천대 1까지…경쟁률 극과 극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츠, 스팩(SPAC·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 이전 상장 등을 제외하고 올해 43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올 상반기에는 기관 경쟁률과 일반 청약 경쟁률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올해 첫 타자로 나섰던 한주라이트메탈과 티이엠씨는 지난 1월 9~10일 나란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주라이트메탈의 기관 경쟁률은 998.9대 1을 기록했다. 티이엠씨는 31.33대 1에 그쳤다.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한주라이트메탈은 565.18대 1, 티이엠씨는 0.81대 1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티이엠씨 외에도 일반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에 못 미친 곳은 오브젠(5.97대 1), 나라셀라(4.84대 1), 오픈놀(49.04대 1), 파두(78.88대 1),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10.12대 1), 넥스틸(4.23대 1) 등이 있다.

공모를 철회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지난 2월 국내 첫 상장 이커머스에 도전했던 오아시스는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게 되면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을 밑도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투자심리 악화에 따라 공모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수요예측도 해보기 전에 상장을 철회한 경우다. 극과 극인 시장 수요, 중국계 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IPO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는 기한 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11번가는 예비심사 청구 일정을 잠정 중단했고, 컬리 역시 투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곳은 6개 기업이다. 모두 상반기에 희망가격을 밑도는 가격대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티이엠씨는 3만2000~3만8000원을 제시했지만 공모가는 2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삼기이브이의 희망 범위는 1만3800~1만6500원이었지만 공모가는 1만1000원이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1만6000~2만1000원이었으나 1만3000원으로 결정지었고, 1만7200~2만3200원을 제시했던 씨유박스는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큐라티스는 6500~8000원이었으나 공모가는 4000원으로 결정됐고 오픈놀도 희망범위(1만1000~1만3500원) 하단을 밑도는 가격이 공모가였다.

하반기 들어서는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IPO에 나선 16개 기업 중 필에너지, 센서뷰, 와이랩, 뷰티스킨, 버넥트, 에이엘티, 시지트로닉스, 엠아이큐브솔루션, 코츠테크놀로지,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시큐레터 등 11개 기업이 희망범위를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희망범위 하단 가격과 공모가를 비교하면 센서뷰는 55.2%나 높은 가격에 결정됐다. 에이엘티는 49.7%, 엠아이큐브솔루션은 41.2%, 버넥트는 39.1% 높아지는 등 공모가가 크게 상향됐다.

다만 이처럼 기업들의 공모가가 줄줄이 상향된 건 신규 상장 주식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을 공모가 대비 400%로 확대한 영향이란 분석도 있다. 상장 당일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는 이른바 '따따블'이 가능해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가 몰리면서 공모가가 높은 가격대에 형성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높은 가격에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수요예측에 기관 자금이 몰려 공모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관들은 높은 가격과 많은 물량을 써낸 순서대로 주식을 배정 받기 때문에 공모가를 높게 써낼 수밖에 없다.

◇흥행에 성공해도 수익률은 천차만별
공모가를 희망범위 상단에 확정하거나 범위를 초과해 확정한 기업이라고 해서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무조건 높지는 않았다. 샌즈랩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기관 경쟁률 1325.79대 1로 희망범위 상단인 1만5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 청약에서도 경쟁률 868.07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 등락률은 2.76%에 불과하다. 샌즈랩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8.57% 오른 2만4900원에 마감했지만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난달에는 8000원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LB인베스트먼트도 기관 경쟁률 1298.41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일반 청약 경쟁률 1165.75대 1로 역대 상장 벤처캐피털(VC)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 주가는 공모가(5100원) 대비 24.02%나 떨어진 3875원에 머무르고 있다.

트루엔은 공모가(1만2000원) 대비 11.08% 하락한 상태다. 이 회사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688.87대 1, 일반 경쟁률은 1481.84대 1이었다. 공모가 범위를 초과해 공모가를 결정지은 진영의 경우 공모가(5000원) 대비 현재 주가 등락률은 6.80%다.

하반기 들어서 기관 경쟁률이 1500대 1을 웃돌았던 이노시뮬레이션과 뷰티스킨은 공모가 대비 현 주가가 각각 8.00%, 2.31% 올랐다. 희망범위를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버넥트, 에이엘티, 시지트로닉스도 현재 주가는 28.81%, 3.20%, 24.28% 하락했다. 공모가 거품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 기업도 있었다. 올해 일반 청약 경쟁률에서 유일하게 미달이 발생한 티이엠씨의 경우 공모가(2만8000원) 대비 현 주가는 50.18% 오른 4만2050원이다. 지난 6월에는 장중 6만1800원까지 오르면서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기관 경쟁률 98.49대 1, 일반 경쟁률 5.97대 1로 흥행에 참패했던 오브젠도 공모가(1만8000원)와 비교해 현 주가는 88.89% 올랐다. 희망범위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에 공모가(1만3000원)를 확정한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지난 12일 주가가 3만1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공모 청약을 받은 투자자가 해당 가격에 매도했다면 수익률은 14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 주가와 비교해도 100% 이상 상승했다.
 
지난달 상장한 파두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도 기관 경쟁률은 각각 362대 1, 191대 1로 부진했던 데 이어 일반 경쟁률이 78.88대 1, 10.12대 1에 그쳤지만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양호하다. 파두의 주가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22.74% 오른 3만8050원까지 높아졌고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주가는 공모가(1만3000원) 대비 413.85%나 뛴 6만6800원이다.
 
남은 하반기는 '대어'들의 등장으로 투자 수요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밀리의서재는 18~19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일반청약을 진행하고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청약을 진행한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SGI서울보증보험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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