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비건 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비건 레스토랑을 내고 시장 선점에 나선 농심, 풀무원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3파전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비건 외식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신세계푸드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 론칭 기념 체험 행사'를 열고 오는 21일(내일) 론칭 예정인 비건 레스토랑과 가정간편식 신제품을 기자들에게 선공개했다.
유아왓유잇은 ‘더 나은 나와 지구를 위한 맛있는 식물성 대안식’을 콘셉트로 개발한 브랜드다. 신세계푸드가 지난 2021년 선보인 대안육 ‘베러미트(Better Meat)’를 비롯해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식물성 소스, 식물성 치즈, 오트밀크 등 다양한 대안식품을 재료로 활용해 만든 가정간편식과 외식 메뉴를 선보인다.
코엑스몰 지하 1층에 문을 여는 비건 레스토랑은 유아왓유잇 브랜드를 알리고 개발한 식물성 간편식과 메뉴를 미리 선보이기 위한 플래그십스토어 형태로 운영된다. 비건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 만큼 소비자 반응을 파악해 상품 개발이나 판매촉진 연구를 돕는 '안테나숍'으로서 역할을 기대한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메뉴는 트러플 자장면, 함박스테이크, 분짜 짜조 채소 트리오 샐러드 등 20여종으로 모두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졌다. 가격은 저렴하다. 메뉴 대부분은 1만원대로 즐길 수 있다. 차별점은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다짐육 등으로 메뉴를 구성해 고기 식감과 맛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비건 외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농심, 풀무원과 맞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엑스몰에 매장을 낸 풀무원과는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유아와유잇 코엑스과 풀무원의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 1호점인 스타필드코엑스점과 거리는 약 900m에 불과하다.
플랜튜드는 1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신세계푸드 고객층과 겹칠 수밖에 없다. 다만 풀무원은 주력 제품인 두부 등 식물성 식재료를 주원료로 하며 완전한 채식을 앞세워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3월 용산 아이파크몰에 2호점을 추가 출점하고 연내 4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농심은 지난해 5월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오픈했다. 프리미엄 비건 양식 레스토랑을 표방한다. 메뉴는 런치·디너 중심의 코스요리로 구성했다. 가격대는 런치코스 7만7000원, 디너코스 9만9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식당은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현재 주말과 평일 합산 시 예약률은 90%가량이다.
농심은 풀무원과 달리 외형 확장에는 다소 소극적이다. 매장 수 늘리기에 급급하기 보다 채식 위주의 고급화된 음식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식품기업들이 비건 레스토랑 사업 강화에 나서는 것은 채식 인구가 확대 추세인 점과 무관치 않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채식인구는 지난해 25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내수 시장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식품 기업들이 비건 시장에 뛰어들면서 레스토랑도 함께 선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고객 반응을 자세히 살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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