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관계는 양자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서로 위험을 감소시키려는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선택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전세계 모든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미국 주도의 네트워크에 우선 참여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초래될 각종 리스크를 미리 점검해서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는 중국의 붕괴라기보다는 평화공존 속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외교안보 차원에서는 분리될 수 있지만, 경제적 차원에서는 무역, 금융투자 등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과거의 구소련과는 다르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11월 정상회담 개최 추진을 위한 절차를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측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경쟁 시대에 우리나라는 경제 분야에서 무역은 중국 중심으로, 금융은 미국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에는 무역에서도 미국 비중이 커지고 중국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다. 한편, 안보와 경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우리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먹히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미국편을 들거나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닌, 사안별로 “국가이익” 기준으로 선택을 한다는 평가를 얻어야 한다는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과 대만의 대외경제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겉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지만, 중국이 주도하는 다수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대만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무기화하여 중국이 쉽게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나 무력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반도체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한국 반도체에 대한 의존을 무기로 하여 중국의 압력을 저지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와 칩4(Chip4) 반도체 동맹을 통하여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증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차원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우리도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유지하는 한편, 무역 상대국과 그 규모를 좀 더 다변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권기원 필진 주요이력
▲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전략센터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