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후 추가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극단 선택을 한 제약회사 소속 수의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수의사 A씨는 2016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양봉·축산 관련 업무를 맡아오다가 2020년 1월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반려동물 신제품 개발 등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A씨는 정신 질환 관련 과거 병력이 없었지만 이때부터 우울증을 겪고,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유족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신적 인식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해, 사망에 이르렀으니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이 "회사 업무로 인한 압박보다는 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로 인한 것"이라며 부지급 결정을 하자 유족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무상 사유 외에 우울증이 발병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동기나 계기가 보이지 않는 이상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성향을 한층 더 강화시켜 우울증을 악화시켰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이어 "법원 감정의는 업무상 스트레스·피로 등이 우울증 발병·악화 원인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단일 요인이 아니라는 다소 조심스러운 소견을 제시하기는 했다"며 "그러나 그 자체로 고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하나의 원인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규범적 관점에서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증명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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