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종노릇' '갑질' 등 은행권에 날선 비판을 내놓자 관련 업계가 결국 추가 상생금융안 마련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최근 소상공인과 청년층의 고금리 부담을 지적한 만큼 취약계층 이자 감면과 상환 유예 등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서민금융 재원 출연요율 인상과 특례보증 취급기관 확대 등에 나서며 윤 대통령 기대에 부합하기 위한 자체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6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회장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수위 높은 발언을 한 후 진행되는 간담회라 취약계층 금융 지원 방안 등이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도 해당 간담회를 앞두고 추가 상생 방안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선제적으로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1000억원 규모 지원안이 담겼다. 일정 기간 약 11만명이 납부한 이자를 '캐시백' 형태로 665억원가량을 돌려주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은행이 선정한 금융 취약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0만원, 약 300억원 규모를 에너지 생활비로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KB금융은 취약계층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에 대해 이자를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소상공인 이자 면제 △자영업자에 특별우대금리 도입 △이자 캐시백·일부 감면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역시 금리 인하·연체이자 감면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 역시 은행권 상생금융안과 별도로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요율 인상 방안 등이 거론된다. 금융사는 대출금 대비 연간 최대 0.1% 내에서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재 시행령을 통해 출연 비율을 0.03%로 규정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금융사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금은 약 2300억원이며 이 중 1100억원을 은행이 납부했다. 만약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은행 출연 비율이 두 배인 0.06%로 인상되면 은행의 연간 출연금은 2200억원, 법상 한도인 0.1%를 채우면 연 3700억원의 서민금융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민금융 상품 확대와 재정비도 이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 확대를 점치고 있다. 특례보증은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현재 지방·저축은행 9곳만 해당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제1금융권도 상품 취급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여기에 재원·공급 채널별로 복잡하게 나뉜 '햇살론'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햇살론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연 10% 초반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햇살론 '재원 칸막이'를 없애면 서민 급전 수요에 효율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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