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표는 100만 건설기술인들이 모두 ‘스스로 가입하고 싶은 협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서울 강남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사옥에서 만난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은 역할을 다양화해 건설기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협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22년 3월 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윤영구 협회장은 “협회장 선거 출마 당시 캐치프레이즈가 ‘제값하는 협회, 밥값하는 협회’였고 회원 호응도 좋았다”며 “이는 협회에 대해 제대로 된 역할을 주문하는 회원들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직접 선택해 주신 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협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윤 협회장은 “위원회는 비상근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동안 자문 위주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회원들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도록 바꿨다”며 “예를 들어 법제위원회는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권익 침해 사례 등을 조사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협회장에게 각 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을 구성할 수 있는 선임 권한이 있지만 위원장만 선임한 후 위원 선임권은 위원장에게 위임했다”면서 “위원회마다 특성이 다른 상황에서 꼭 필요한 위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체계적인 협회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체질 개선을 위해 ‘건설기술인 미래 발전 비전 2030’을 수립해 올해 1월 선포했다.
윤 협회장은 “작년 3월에 취임하고 보니 협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중장기적인 계획이 없었다”며 “이에 비전을 수립했고 현재 3대 목표, 6대 핵심전략, 27개 세부실천과제를 수립하고 실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건설기술인 권익 보호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E&E 포럼(Engineering & Engineers Forum)을 구성했다. 이 포럼은 건설산업과 건설기술인을 위한 법·제도 개선, 정책 제안을 위해 4개 건설 관련 단체(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로 구성된 순수 민간 포럼으로 올해 5월 출범했다.
윤 협회장은 “이 포럼에서는 건설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국가 엔니지어링 어젠다와 젊은 엔지니어 유입, 성장 기반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회원과 소통하고 건설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건설기술인 최대 단체로서 구심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청년·중장년·오피니언 리더로 구분한 세대별 소통과 전체 대의원 간담회 개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유튜브 또한 신설했다. 협회는 유튜브 채널 ‘건썰다방’을 통해 건설과 역사, 과학, 영화, 드라마 등을 결합해 관련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국민들과 젊은 건설인 등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회 역할 확대해야···100만 회원 데이터 통해 수익 다각화
“건설기술인협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은 100만 회원 데이터입니다. 이를 모두 전산화해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만든다면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을 통해 회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협회가 될 수 있겠죠. 지금 회원들은 경력확인서를 떼야 해서 협회에 가입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올해 8월 기준 건설기술인 97만3983명이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건설기술인 품위 유지와 복리 증진 등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요 업무는 건설기술인 경력 관리, 건설기술인 관리·연구 사업 등이며 협회 내부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회원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협회장은 “개인이 어떤 회사,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100만명 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이를 전산화하면 추후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유의미한 통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나아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기술자를 보강해야 하는지 등 정보를 기업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건설기술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야 관련 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 로드맵 또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기술인 너무 적어···워라밸 지키는 산업 돼야 장기적으로 발전”
협회는 ‘건설기술인 연령별 분포’ 관련 조사를 최근 실시했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층 이탈로 2023년 기준 50대 이상인 건설기술인이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뒤에는 7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20·30대는 14%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10년 뒤에는 20·30대 기술인이 4%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윤 협회장은 “최근 30대 젊은 기술인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현장 일에 더해 페이퍼 워크를 해야 해 일이 두 배로 늘어나고 결국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하는 어려움 등을 호소하더라”며 “청년 기술인이 적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청년 기술인을 늘리는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구상 중인 과제는 ‘워라밸이 가능한 건설 산업’”이라며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워라밸을 보장해 주고 인재를 모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실시공 면목 없어···‘기본’ 지키는 건설업계 바란다”
윤 협회장은 최근 발생한 부실시공 등 문제에 대해서는 건설기술인으로서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고는 기술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경험이 부족해 생긴 사고도 아니며 ‘기본’을 소홀히 한 데서 발생했다고 본다”며 “이러한 사고와 관련해 업계나 건설기술인 모두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고 건설 현장에 팽배한 관행을 타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이 곧 혁신”이라며 “일련의 사고들을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윤 협회장은 “공사 전 ‘시공계획서’라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먼저 기본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사고들을 모두 기술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법·제도와 시스템 등 외부 문제에 기인한 바도 있다”며 “E&E 포럼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실효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협회장은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50인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시공사 처벌과 단속만으로는 중대재해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자가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며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처럼 근로자 사고 과실률 등 잘못을 따지도록 하는 부분도 만들어야 할 것이며 발주처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협회장은 “건설기술인에게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하고 건설 정책과 법·제도 수립 시에도 건설기술인이 직접 참여해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E&E 포럼과 세대별 의견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혁신 절실, 변화가 곧 생존인 시대···자긍심 가져라”
윤 협회장은 “1980년 입사할 때만 해도 건설인 연봉이 가장 높았고 사회적인 대우도 받았다”며 “상황이 달라진 현재 건설기술인들은 스스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기술인 발전을 협회가 돕겠다고 했다. 윤 협회장은 “협회는 법과 제도 개선 쪽에 많은 노력을 할 것”이며 “복지 증진을 위해 공제조합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기술인을 위한 장학사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대기업과 달리 역량 교육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건설기술인들을 위한 교육 또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원전 전한 회남왕 유안이 편찬한 ‘회남자’라는 책이 있는데 ‘축토구목(築土構木)’, 즉 집을 지어서 백성을 편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쓰여 있다”며 “건설기술인들은 국민들을 편하게 만드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이를 통해 대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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