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년)의 고향이다.
1894년 울산에서 태어난 최현배 선생은 일제 강점기 조선어학회를 창립하고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만드는 등 우리말 보급과 교육에 힘썼다.
외솔의 뜻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은 외솔의 우리말글 사랑 정신을 이어받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울산시 교육청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국어책임관 최우수기관으로 2021년에 이어 2022년까지 2년 연속 꼽혔다. 또한 울산외고는 훈민정음에 대한 수업과 전시가 열려 주목 받았다.
이에 본지는 울산의 우리말 사랑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열린 온라인 좌담회에는 고시영 울산외고 국어과 교사, 구은회 울산시 교육청 장학사,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이 함께했다.
◆ ‘학생 삶과 연계한 바른 말글얼 교육’
“키오스크(Kiosk) 대신 ‘스스로 계산대’는 어떨까? 퀵 서비스(Quick Service)는 ‘빛 배송’, QR코드(Quick Response Code)는 ‘누리망 지름길’이 좋을 것 같아.”
학생들의 생각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울산 지역 중·고등학교 20개교에는 ‘외솔바로알기’라는 우리말글 동아리가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우리말글 사랑을 실천하는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있다.
구 장학사는 “요즘 매체나 일상생활에서 외국어·외래어·무분별한 유행어·줄임말 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이해하기 쉽고 알기 쉬운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꿔 써 보는 것이 우리말 사랑의 실천이라는 생각에 2021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다시 쓰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모전은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과 한글날인 10월 9일에 열린다. 현재까지 약 75개 단어를 우리말로 순화했다. 이 중 학생과 교사에게 공감이 되는 단어 20개를 재선정해, 학교에 배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구 장학사는 “학생들의 반짝이는 생각과 우리말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이 제시됐다”며 “처음에는 300명이던 참가 학생수가 지금은 1585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고 교사는 “‘키오스크’를 ‘스스로 계산대’로 바꾼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스스로 계산대’라고 하니 바로 알아 들을 수 있었다”며 “‘우리말 다시 쓰기’ 사업을 확장시켜, 전국의 학생들이 공모전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나눴다. 1984년 연세대 재학시절 김 원장은 서클(Circle) 대신 동아리로 쓰자고 제안했고, 이는 교내에 확산됐다. 이어 1985년 전국연합회 회장을 맡았을 때 이를 전국 대학에 알렸고 1990년 이후로는 전국적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점점 확산된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훈민정음 수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중세국어를 수업하면 일단 ‘나랏말ᄊᆞ미 듕귁에 달아~’를 쪼개어 문법적 특징을 분석한다.
교내 훈민정음 해례본(복간본) 전시 등을 기획한 고 교사는 3분의 2가 넘는 학생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함께 창제했다’고 답한다고 예를 든 후 “세종대왕이 단독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하셨다는 정설이 정립된 지가 한참 지났다”며 “아무리 바빠도 국어 시간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과정과 한글을 지켜온 과정, 그리고 우리말 우리글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시는 ‘학생 삶과 연계한 바른 말글얼 교육’을 하고 있다. 구 장학사는 “울산교육청 교육지표가 ‘배움이 삶이 되는 학교’이다”라며 “배운다는 것은 지식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 녹아들어 체화될 때 그것이 진정한 배움이다. 우리 학생들이 일상적인 삶 속에서 올바른 국어 사용과 우리 말글 사랑을 이어가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장학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학생들이 지난해 ‘외솔바로알기’ 우리말글 동아리에 함께 했다”며 “‘자국어보다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말을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글동아리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한글을 잘 가르쳐 주셔서 일상생활은 물론 정상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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