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헬스는 이번 박람회에 20여개 중국 공급망 협력업체와 함께 참가했다. 중국 내 공급망이 얼마나 현지화했는지, 얼마나 안정적인지 보여줄 것이다.”
“CATL은 배터리 생산 방면에서 저탄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35년까지 전체 공급망에서 ‘탄소제로’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지트로닉스는 중국에서 장기적으로 협력 가능한 신뢰 있는 파트너를 찾아 부품을 수입하고, 또 반대로 우리 부품을 중국 기업에 수출하고자 한다."
지난 29일 오전 찾은 제1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 이하 박람회)'에서 직접 들은 비즈니스 현장의 목소리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적 논리에 따라 중국 현지 공급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기업의 노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中총리 찾은 테슬라 부스···"95% 부품 현지화" 부각
중국 상무부 산하기관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는 중국이 전 세계 최초로 공급망을 주제로 한 국가급 행사다. 28일부터 닷새간 베이징 외곽 순이구에 위치한 중국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다. '전 세계를 연결해 미래를 열자'는 주제로 스마트자동차·친환경농업·청정에너지·디지털 과학기술·건강이라는 5개 산업·공급망을 중심으로 약 10만㎡ 규모로 꾸며졌다. CCPIT에 따르면 올해 박람회에는 중국 국내외 기업 515곳이 참가했다.박람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은 테슬라·애플·아마존·퀄컴·인텔·GE헬스 등 미국계 기업의 대형 부스다.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주려는 듯했다. 앞서 CCPIT 측은 515개 참가 업체 중 해외 기업이 145곳, 이 중 20%가 미국계 기업이라며 "미국기업의 열띤 참가"를 부각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올해 박람회에서 '초지능 제조, 세계 연결'이라는 주제로 부스를 꾸몄다.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매달린 은색 차체 구조물이 눈에 띈다. 본네트(보닛)·트렁크·차문·배터리팩·서스펜션(현가장치)·타이어까지 테슬라 ‘모델 Y’ 전기차 부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테슬라 관계자는 “현재 테슬라 상하이 공장 부품의 중국 본토 조달 비중이 95% 이상에 달한다”며 중국 내 공급망을 소개했다.
리창 중국 총리도 전날 개막식 직전에 직접 테슬라 부스에 들렀다.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왕이치처에 따르면 리 총리는 당시 60개 넘는 중국 현지 기업이 이미 테슬라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편입됐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쑹강 테슬라 중국 부총재는 “테슬라의 중국에서 성공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중국 공급망의 성공”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이번 박람회에 중국 공급망 기업인 스마트 제조설비업체 보중(博眾), 스마트폰 특수유리 제조업체 란써커지(藍色科技), 정밀기기 제조업체 창잉정밀(長盈精密)과 함께 전시 부스를 마련해 애플 공급망의 스마트제조·녹색제조 방면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애플은 전 세계 200대 공급망 기업 중 151개가 중국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도 큼지막한 부스를 차려 중국 현지 기업과의 공급망 협력 사례를 선보였다. 퀄컴 부스 한가운데 전시된 중국 전기차 기업 리오토의 주력 모델인 L9 앞에는 리오토 전기차에 퀄컴의 차량용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플랫폼이 탑재된다”는 설명 문구가 적혀 있다.
공급망 생태계 과시한 CATL···"2035년 탄소제로 실현"
중국 기업들도 최근 전 세계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얼마나 안정적인 공급망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 배터리왕 CATL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배터리 공급망 기업들이 한데 모여 전시 부스를 차린 게 대표적이다. CATL은 자사를 핵심으로 배터리 신소재부터 전자부품, 충전 설비, 전기차 제조까지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선두기업 24곳을 모아 함께 이번 박람회에 참가해 CATL의 배터리 생태계를 과시했다.
CATL의 마케팅 책임자 장쉬먀오는 “CATL이 중국 내 중소 혁신기업과 상호연계해 공급망이 얼마나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한·중 관계 불편 탓?" 존재감 없는 韓기업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는 저조했다. 전기차 전력변환장치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이지트로닉스가 개별 부스 하나를 차린 게 전부다. 그나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중소기업 50개사 제품을 모아 한국 국가관을 소규모로 차렸다.
강찬호 이지트로닉스 대표이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나 코로나19 봉쇄도 이제 풀린 만큼 다들 중국 시장을 기웃거리는 와중에 우리가 먼저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중국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제품 수출도 모색하고, 신뢰성 있는 저렴한 부품도 수입하며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이번 박람회 참가 신청 기간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으로 한·중 관계가 불편했던 4~5월이라 기업들이 아마 눈치를 보느라 신청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억제 정책에도 실리를 따져 박람회에 참가한 미국 기업의 행보와 비교됐다. 리창 총리도 전날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는 모든 국가와 긴밀한 생산, 협력 및 산업 공급망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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