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출발은 불안했다. 전년도에 이미 레고랜드 사태를 겪으면서 회사채 금리가 급등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서는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에 따라 중소형 건설사와 증권사, 일부 금융권까지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도 관련 업체들의 매물들이 증가하면서 한때 회원권 시세가 술렁였고 투자수요 이탈에 따른 내림세가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보였다.
게다가 이 모든 배경에는 꺾일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 현상과 급격한 금리 인상 정책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시장 논리로 상승장에 접근하기에도 무리가 있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국내 PF와 회사채 사태는 이미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위기감이 격감해 있었고 글로벌 금융은 3월경 미국의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CS(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위기가 무사히 종식되자 금융권의 신용경색 논란에는 점차 둔감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10월에 접어들면서 가을철 효과가 서서히 감소하게 되었고 장기간 누적된 상승피로감에 시세가 일시적으로나마 소폭 하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반발 매수세가 살아나며 상승 종목 수가 증가하기도 했으나 추가로 카카오그룹이 내부 쇄신 차원에서 골프 회원권 매각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고가 및 초고가 회원권들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그리고 12월에 이르러 시공 능력 기준 16위권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부동산 PF발 부실채권 논란이 재 점화되는 양상이 빚어지면서 당장은 아니라도 시세에도 직간접적인 여파가 있을 것인지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결국 이상의 다발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2023년 회원권 시장은 전년도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지난해 12월 22일 기준 ACEPI 지수 상으로는 전년도 대비 10.2% 포인트 상승한 1316포인트로 마감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포함된 중부권이 전년도보다 10.2% 상승하였고 뒤를 이어 위기론이 팽배했던 제주권이 8.7% 올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비운의 지역' 제주, 살아남은 회원권만 대박 행진
2023년 회원권 시장에 또다시 제주가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실질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폐지되고 해외 골프투어도 급증하면서 제주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고 이미 전년도에도 해당 지역권 종목들의 시세가 급등했던 상황이었기에 점차 그 역효과가 예측됐던 상황이었다.아닌 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2023년 상반기 골프장 내장객이 117만명 수준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9.7%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던 터였다. 같은 기간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이하 장협)도 상반기 골프장 현황을 발표했다. 장협에 따르면 골프장들 순이익이 24.5% 줄었는데 제주의 경우 순이익 기준으로 114.8% 급감하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우려가 다분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회원권 시장에서의 결과는 이들의 우려와 판이하게 엇갈리게 됐다.
먼저 2023년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제주 나인브릿지 회원권이 122.2% 상승으로 1위에 등극했고 2위는 지난해에 이어 해비치제주가 71.4%를 기록한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들이 나올 법하다. 한동안 2배 이상 시세가 상승한 종목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다른 곳도 아닌 위기론이 부각된 제주지역에서 2년 연속 최고치 상승 종목을 배출했으니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기도 했다.
물론 제주도 지역은 지역적 특색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30여 곳의 골프장이 밀집되어 있는 가운데, 상당수 골프장이 비회원제로 전환했기에 종목 선택의 여지가 제한적이고 해당 회원제 골프장들의 대부분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최고급 골프장의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특징을 종합하자면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시세 변동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전히 대기업 운영사들의 특성상, 자금 여력에 따라 비회원제 전환을 고려하는 곳들은 시세가 요지부동이거나 타지역보다 내장객과 수익감소가 급감하면서 일부 중견그룹의 골프장들은 자금난의 위기에 처한 곳들도 있다. 따라서 이외에도 오라나 핀크스도 지속해서 상승했지만 10%대 상승으로 위의 종목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고 몇몇은 시중 거래조차도 힘들었다.
반면 1위에 오른 나인브릿지의 경우, 연회비 책정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을 혜택 강화와 아울러 그동안의 폐쇄적 마케팅 정책을 접고 시중 거래유통을 허용하면서 급반전에 성공했는데, 회원들의 권익 보호와 함께 매출 신장을 꾀한 것이 주효했다.
비쌀수록 더 오른 시장, 초고가 종목이 대세로 자리 잡나?
2023년 회원권시장은 전반적인 상승세 속에서도 수급 여건에 따른 희소가치가 그 상승률 순위를 좌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개체수가 극도로 적은 초고가 종목들의 선전이 눈부셨는데 이는 상승 종목 순위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먼저 곤지암에 위치한 이스트밸리는 법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38.4% 상승으로 7위를 기록했고 같은 지역의 남촌도 35.5%의 근소한 차이로 9위에 나란히 상승 종목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한 비전힐스는 과거부터 꾸준하기보단, 근래에 급등세를 타면서 이번에도 34.5% 상승으로 10위 순위로 진입한 경우이고 순위에는 없지만 한동안 거래 자체가 극도로 부진하던 가평베네스트와 렉스필드도 20% 이상의 상승으로 준수한 면모를 보였다.
초고가 종목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소수 회원제라는 특수성에 예약 보장과 수려한 회원 혜택이 상승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과거부터 법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명 회원권 매물의 기근 현상에 따라 그 대안으로 자리 잡은 탓이라는 분석이 여전하다. 자연스레 이번에도 매수주문이 지속해서 누적돼 왔으나 그 수요를 채워줄 만큼 매물은 유입되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지난해에도 상승 폭이 가팔라진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결국, 초고가 회원권의 지수는 27.2% 상승으로 치솟으며 군계일학(鷄群一鶴)의 위용을 과시했고 그 뒤를 이어 고가 종목 권이 12.6%, 중저가 종목은 각각 9.6%, 5.2% 순으로 비쌀수록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특이 사항을 도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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