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대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중국과 대만을 연달아 방문하며 중화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전세기를 타고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 CEO는 이날 저녁 타이베이 닝샤 야시장에서 굴 오믈렛,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를 먹는 모습이 현지인들에게 포착됐다. 그는 현지인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젠슨 황 CEO의 4번째 대만 방문으로, 엔비디아 측은 방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만 매체들은 그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 대만 TSMC가 주최할 예정인 연례 첨단 패키징 공급망 파트너 콘퍼런스와 24일께 예정된 엔비디아 대만 지사 종무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60세로 대만 출신인 젠슨 황 CEO는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공공 야시장 및 레스토랑을 찾아 지역 음식을 즐기면서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해왔다고 대만 중앙통신사는 보도했다. 그는 이번 대만 방문에서 TSMC를 비롯한 대만 업체들과 협력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젠슨 황 CEO는 대만으로 건너가기에 앞서 지난주 중국을 찾아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있는 엔비디아 지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몐신문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엔비디아 선전 지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젠슨 황 CEO가 19일 선전 지사 신년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직원들에게 시상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전인 201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사실 그는 작년부터 계속 중국 방문을 타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작년 6월에는 중국을 방문하고 텐센트,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등 중국 주요 정보기술(IT)기업 경영진들과 회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은 엔비디아 매출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지역이다. 2023회계연도(2022년 2월~2023년 1월) 엔비디아 매출의 25.9%가 대만, 21.5%가 중국(홍콩 포함)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범위를 저사양 칩까지 확대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매출 타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엔비디아는 미국의 제재 수준에 맞춰 사양을 낮춘 중국 수출용 칩을 올해 2분기부터 대량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CEO는 지난 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엔비디아가 앞으로 미국의 무역 법규를 완벽히 지키면서도 중국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계속 공급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을 방문하는 등 최근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전 세계를 휩쓴 챗GPT 및 AI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인 엔비디아는 지난주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주당 60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TSMC가 실적 발표에서 AI 덕에 올해 매출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 AI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챗GPT의 아버지'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중동 국부펀드 및 TSMC와 투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비디아에 대한 AI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새로운 AI 모델 개발에 많은 양이 필요한 AI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해 조달하려는 의도라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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