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ABI 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미국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은 연간 전기차 130만대 분에 해당하는 배터리를 리사이클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지만 정작 여기에 투입되는 폐배터리 양은 34만100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8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 이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의무 비율이 높아지면서 관련 프로젝트 발표가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배터리 리사이클링에 필요한 스크랩(배터리 제조 공정에 발생한 불량품)과 폐배터리 등 원재료 확보에는 한계가 있어 관련 산업이 과포화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IRA 내 배터리 리사이클링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어 시장 선점은 전기차 전·후방 업계의 필수 과제가 됐다. IRA에 따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해야 하는 핵심광물의 최소 비율은 2023년 40%에서 2024년 50%·2025년 60%·2026년 70%·2027년 80%로 상향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미국 진출을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LG화학과 제영택, 세빗켐 등은 당초 계획했던 미국 진출을 미루고 있다. 고려아연은 당초 지난해 미국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이를 취소했다. 대신 고려아연은 배터리 외 플라스틱, 전자제품 폐기물(E-waste) 등으로 리사이클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 수치는 각 기업이 발표한 추정치로, 실제로는 사업화 과정에서 좌초되는 곳도 많아 밸류체인 구축을 마친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을 거란 분석이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배터리 수거→전처리→후처리 공정 중 통합된 밸류체인을 갖춰야 하는데 단독 기업의 역량으로는 사업을 진행하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기업이 단독 진출을 하면 자사 폐배터리만 소화할 가능성이 있어 외부 물량 확보가 어렵다. 또 인허가가 필요한 배터리 폐기, 전처리 사업 특성상 대부분 후처리 공정에만 집중한다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후발주자들이 고객사와의 동반 해외 진출과 대규모 M&A 등으로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1세대인 성일하이텍은 고객사인 삼성SDI의 미국 공장 준공에 맞춰 현지 진출을 계획했고,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2월 테스(현 SK테스)를 인수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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