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차주에게 이자 환급을 실시했던 지방은행이 오히려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예산이 적은 탓에 시중은행과 달리 차주당 최대 환급률인 90%를 달성하지 못해서다. 환급 대상인 고금리 차주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지방은행의 낮은 환급률에 영향을 미쳤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와 광주를 제외한 일부 지방은행은 지난 2월 실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이자 환급 프로그램에서 차주당 90% 미만의 환급률을 나타냈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 2월 민생금융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자 환급을 실시했다. 이는 모든 은행이 참여하는 공통 상생 프로그램으로 각 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0%를 예산으로 잡았다. 환급 대상은 금리 4%를 초과하는 대출로, 차주당 최대 환급률은 90%였다. 최대 환급 한도는 300만원이다.
다만 일부 지방은행 차주의 경우 정해진 최대 환급 가능액보다 작은 규모로 이자 환급을 받았다. 예컨대 지난 한 해 정상 납부한 대출 총 이자액이 300만원인 차주의 경우 최대 환급 가능액인 270만원을 다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방은행과 달리 주요 시중은행은 차주당 환급률 90%를 달성했다.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부터는 은행별로 준비한 자율 상생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이자 환급은 모든 은행권이 참여했지만, 자율 프로그램은 은행별 상황과 특성에 맞춘 상생금융 계획이다. 총 규모는 약 6000억원에 달한다.
자율 프로그램 역시 대구, 광주은행을 뺀 나머지 부산, 경남, 전북, 제주 등 지방은행은 참여하지 못했다. 먼저 시행했던 이자 환급 프로그램에서 이미 정해진 예산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0%’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이번 이자 환급에서 지방은행은 총 1479억원을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지원했다.
은행별 이자 환급액은 △부산 484억2000만원 △대구 400억1000만원 △경남 262억5000만원 △전북 163억5000만원 △광주 151억7000만원 △제주 17억3000만원 등이다.
지방은행의 낮은 이자 환급률, 자율 프로그램 참여 저조 등의 배경에는 크게 △부족한 예산 △저신용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높은 비중이 꼽힌다. 시중은행 대비 당기순이익 규모가 적은 만큼 지방은행은 이번 민생금융지원 총 예산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이자 환급 대상이 금리 4% 이상의 대출이었던 점도 빠른 예산 소진에 영향을 미쳤다. 지방은행은 전체 차주 중 저신용자가 많아 고금리 대출 차주 역시 많기 때문이다. 총 차주 규모는 시중은행보다 적지만, 전체 차주 중 지원 대상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지난 2월 한 달간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를 보면 지방은행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부산 935점 △대구 927점 △경남 921점 △광주 887점 △제주 886점 △전북 777점 등 순이었다. 반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모두 평균 신용점수가 930점 이상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분들이 많이 이용해 이자 환급 대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며 “예산이 작년 순이익의 10%인 만큼 시중은행은 예산이 남으니, 다른 기타 상생금융 활동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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