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한자로 풀이하면 가죽 혁(革)과 새 신(新)이다. 풀이하면 동물의 가죽을 뜯어 통해 의복과 같은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혁신을 무두질과 비슷하게 볼 법도 하다. 과거 무두장이들은 탄저병에 걸려 죽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를 고려할 때 혁신은 그만큼 자신의 위험을 담보로 하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위기에 몰린 게임사들은 올해를 혁신의 해로 삼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게임사가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넥슨과 크래프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사는 지난해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 게임사는 대량 해고로 인건비를 줄이지만 한국은 그럴 수도 없다.
게임사들은 추진하는 혁신의 요지는 '대표 교체'와 '지식재산권(IP) 확보'다. 주요 게임사 10곳 중 6곳이 지난달 주총에서 대표를 교체했다. IP를 확보에도 나선다. 크래프톤·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유망한 IP를 차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넥슨과 네오위즈는 자체 IP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국내 게임사의 혁신 선언에 동참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적어도 게임업계에선 빛 바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제7차 민생토론회에서 게임을 국가가 집중적으로 육성할 산업이라 칭하면서도 산업 육성을 위해선 '시장 불공정 해소'가 우선이라 밝혔다. 공급자인 게임사와 수요자인 이용자 간의 불공정을 해소함으로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의 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위해 반도체학과를 신설하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듯이 산업 육성의 기본은 시장의 공급 측면을 촉진하는 것이다. 또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가 중요한 상황에서 5000만 내수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보가 산업 육성의 기본이라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용산에서 여의도로 시선을 돌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역설적으로 게임사 간의 불공정을 야기한다. 국내 게임사와 달리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들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중국 조이나이스게임즈의 '버섯커 키우기'는 뒤늦게 28일 규제를 준수했지만 일부 중국 게임들은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발표한 게임 산업 공약을 보더라도 'e스포츠 활성화' 외엔 전무하다. 그마저도 친 게임 의원 불린 하태경·이상헌 의원은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
윤 대통령은 게임산업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라 말한 바 있다.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중국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개방을 이끄는데만이라도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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