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 신산업이 중국의 보조금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었던 철강업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4일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허리펑 부총리 등 고위 관리들과의 릴레이 회담을 마무리 지은 옐런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과 "어려운 대화"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의 취약한 내수 및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동반한 중국의 과잉 투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이런 일을 전에도 겪었다"며 "10여년 전에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으로 인해 원가 이하의 중국산 철강이 세계 시장을 덮쳤고, 그 결과 전 세계와 미국의 많은 산업이 멸종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이러한 현실을 또다시 좌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전했다"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춘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를 덮치게 될 경우에는 "미국과 다른 외국 기업들의 생존성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은 세계 다른 국가들이 그 엄청난 생산 능력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다"며 "중화인민공화국이 취하는 조치는 세계 물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중국이 미국의 고용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을 수정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옐런 장관은 밝혔다.
최근 중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가전 등 제품을 덤핑하다시피 해외로 수출하면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다.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미국 노동자 계층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중국에 우호적 성향을 나타냈던 옐런 장관 역시 방중 전부터 중국에 과잉 생산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것을 천명했다.
다만 미국의 이러한 요청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지는 불확실한 모습이다. 더욱이 중국의 과잉생산은 전기차 시장 경쟁 격화 등 자국 내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옐런 장관은 방중 기간 중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하며, 러시아에 군수 물품 혹은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이중 목적 물품 거래를 진행하는 은행은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 기업을 포함한 어떤 기업들도 러시아 전쟁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만일 그러한 행위가 있을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리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중 양국은 금융 안정 협력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옐런 장관 방중 시 설립된 미·중 금융실무그룹이 최근 대형 은행 파산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응 훈련을 공동 진행한데 이어 4, 5월께에도 추가적인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미 재무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4일 중국 광저우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시작한 옐런 장관은 대부분의 방중 일정을 마친 가운데 9일 중국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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