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제재 선봉' 러몬도 美 상무 "中 반도체, 미국보다 수년 뒤처져"

"오늘날의 안보는 기술, 반도체, AI, 드론"

중국과 다른 분야 교역 가능하나, 국가 안보 관련 기술은 '노'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미국에도 리스크

"中, 매일 美 규제 우회 방안 생각"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서 연설 중인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정부 들어 인지도가 높아진 각료가 있다면 단연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다. 각종 회의에서 졸음과 사투를 벌이면서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한 전임자 윌버 로스 장관과는 달리 로드아일랜드 주지사 출신인 52세의 러몬도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강경한 제재와 무역정책을 퍼부으며 바이든 정부 대외 무역 정책의 선봉으로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정책을 주관하며 무역을 넘어 경제, 과학기술, 안보 등 다방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달 러몬도 장관은 애리조나에서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에 반도체과학법 사상 최대 규모인 85억 달러의 보조금 소식을 알렸고, 이달 들어서는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에 대한 보조금 지급 소식도 전했다.

2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BS 프로그램 '60분(60MINUTES)'에 출연한 러몬도 장관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안보 분야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4년 오늘날의 안보는 단순히 탱크와 미사일이 아니다. 기술이다. 반도체이다. 인공지능(AI)이다. 드론이다"라며 "상무부는 기술의 최핵심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무부가 모든 종류의 반도체에 대해 대러시아 수출 통제를 실시함으로써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차질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그 일(수출 통제)을 실시한 직후 러시아가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에서 반도체를 빼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도 다른 여러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은 가능하다면서도, "우리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들에 대해서는 아니다(No)"라며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중국이 민수용 반도체를 원하고 있지만 이 반도체들은 군사용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중국)이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를 위해 이 칩들과 우리의 최신 기술을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강경한 무역 정책으로 인해 러몬도 장관은 중국 입장에서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가 중국산 스마트폰을 홍보하는 허위 광고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작년에는 중국 해커들이 그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한 작년 8월 그가 중국을 방문하고 있던 당시, 그동안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던 중국 화웨이는 러몬도 장관이 보란 듯이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그 칩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그것들은 우리 미국 것보다 수년은 뒤처져 있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혁신에서 중국을 앞섰다"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라고 말한 것은 대만을 뜻하는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며 "미국 기술 기업들은 세계 최첨단 칩을 설계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건 없다. 그들 중 90%는 대만에서 생산되고, 그들은 미국 군사 무기 미래의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이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차지하기 위해 대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 문제이고, 그것이 미국의 리스크이자 취약점이라고 언급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는 러몬도 장관은 앞으로도 중국에 대해 강력한 제재와 무역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매일 우리의 규제를 어떻게 우회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며 "우리도 매일 더욱 끈질기고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그런 방안들을 내놓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