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발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지목하며 금리를 동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29~30일 양일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4.25~4.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5회 연속 동결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의 주된 이유로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관세가 상품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막 미치기 시작한 모습"이라며,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궁극적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하며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해 물가 상승 압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더욱이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와 구리 관세가 발효되는데다 의약품, 반도체 등 품목 관세도 조만간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다.
연준 부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리처드 클라리다 PIMCO 글로벌 경제 고문은 "오늘 파월의 목표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50-50까지 낮추는 것"이었다며 "그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했다.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하루 전 63% 수준에서 이날 43%까지 낮아졌다.
다만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미셸 보우먼 연준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가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금리 동결에 반대하고 나섰다. FOMC 회의에서 2명의 이사가 공개적으로 금리 결정에 반대한 것은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이 2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의장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이기도 하다.
연준에 금리 인하를 촉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금리 발표에 앞서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월 의장을 '미스터 투 레이트(너무 늦은 자)'라고 비난하며, "당장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청사 공사 현장까지 직접 찾아 파월 의장과 면담하는 등 줄곧 연준에 금리 인하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해 온 파월 의장은 이날도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데이터에 근거해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연준의 독립성이 필수적이라며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역시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회 연속 0.5%로 동결했다. BOJ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동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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