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재계에 따르면 중동 5차 전쟁 가능성, 미·중 패권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금리인하 후퇴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수출 중심의 국내 주요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고유가와 고환율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철강, 조선, 항공, 해운 등 물류기업은 물론 반도체, 자동차, 방산 등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주력 수출기업까지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면서 기업들은 위기경영을 선포하고, 비용관리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 전 계열사에 '주 6일 근무'를 권고한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삼성 계열사들도 경각심을 갖고 위기 돌파에 동참하자는 취지다. SK그룹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재하는 핵심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매월 1회에서 매월 2회로 늘렸다. SK그룹이 토요 회의를 부활시킨 것은 주5일 근무를 도입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는 분석이다.
LG그룹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주요 계열사의 이사 보수한도 축소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각 주요계열사의 이사 보수총액이 대폭 줄었고,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은 사업구조 효율화에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위기대응을 위해 '포스코미래혁신 TF'를 설립하고, 장인화 사장은 비상경영 솔선수범으로 임원급여를 최대 20% 반납하고, 주식보상제도 폐지 검토를 지시했다. 이밖에 LS그룹 지주사인 LS와 효성그룹도 각각 긴축경영을 선포하고 뼈를 깎는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3.69% 금리로 7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조달해 과거 1%대로 발행한 회사채 상환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LS 역시 금리 3.98~4%로 1400억원을 조달해 1.7~2.1%대로 발행한 2019~2021년 회사채를 상환한다. 저금리 시대에 발행한 빚을 갚기 위해 높은 금리로 다시 빚을 내는 것인데 그렇다고 투자규모를 줄일 수도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기업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미·중 갈등과 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최근 몇년간 '위기'라는 키워드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긴축경영과 연구개발(R&D), 인재유치 등 투자확대라는 선택지 속에서 대기업들이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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