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로드] 한국 '마약 신흥국'으로 급부상? 중독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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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4-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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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과 대포폰 등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과 대포폰 등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대한민국의 마약 중독이 심각한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강남이나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을 구하는 게 다소 쉽다고 알려진 만큼, 이제는 ‘마약 신흥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가 나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관련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나 무분별하게 퍼지는 마약 문제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 폐해 인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0명 중 3명은 마약류 불법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성인(만 19~59세) 3000명, 청소년(만 14~18세) 2000명을 대상으로 마약류 사용과 관련해 온라인으로 질의를 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마약류 물질 중 한 가지 이상을 사용해 봤다고 응답한 성인은 3.1%, 청소년은 2.6%였다. 주변 사람 중 대마초 사용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성인은 4.7%, 청소년은 3.8%였다.

‘대한민국을 마약 청정국이라고 생각하냐’는 문항에는 성인 86.3%, 청소년 70.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내의 마약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성인 92.7%, 청소년 84.4%에 달했다. 성인 89.7%, 청소년 84%가 국내에서 직접 마약류를 구하려 할 경우 인터넷 사이트·사회관계망서비스(SNS)·지인 소개 등의 경로를 통해 마약류를 구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마약류 인지도를 질의한 결과 성인은 대마초(95%), 코카인(93.7%), 처방전이 필요한 마취제(90.5%) 순으로, 청소년은 코카인(90.2%), 대마초(90.2%), 마약성 진통제(83.5%) 순으로 나타났다.
 
마약 관련 고민? 24시 마약류 전화상담센터 ‘1342’ 운영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용기한걸음 1342 24시 마약류 전화상담센터에서 직원들이 전화 상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용기한걸음 1342 24시 마약류 전화상담센터에서 직원들이 전화 상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엔(UN)은 마약사범이 인구 10만명당 20명 이하일 경우 마약 청정국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25명을 기록한 뒤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35명을 기록하면서, 마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로 분류된 셈이다.

정부 역시 마약에 대한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문제에 대해 누구나 쉽게 상담할 수 있는 1342센터를 운영 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상담 건수는 센터 개소 2개월여 만에 900여건을 넘어섰다.

1342는 마약류에 대한 고민이 있는 국민 누구나 시·공간 제약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마약류에 대한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용기한걸음센터’(24시 마약류 전화상담센터)의 대표전화 번호다. ‘당신의 일상(13) 24시간 사이(42) 모든 순간 함께하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요 상담 내용은 △마약류 중독 관련 안내(치료병원 등) △함께한걸음센터 연계 △중독자 재활상담(금단증상 등) △오남용 예방 상담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상담 내용과 상담자 개인정보 등에 대해서는 비밀이 절대 보장되며, 외부 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1342는 상담 비용은 물론 통화료까지 모두 무료이며, 전국에서 국번 없이 1342만 누르면 수신자 부담으로 마약류 전문 상담원과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국 하수처리장서 필로폰 검출···정부 ‘마약지도’ 나왔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4년 간 시도별 주요 마약류 검출 여부 자료식약처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시도별 주요 마약류 검출 여부.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실제로 한국은 마약 안전지대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지난해 전국 하수처리장 34곳에서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단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서다.

하수역학은 호주와 유럽연합 등에서도 활용 중인 조사기법으로,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 유량과 하수 채집 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한다.

식약처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하수역학 기반 불법마약류 사용행태’에 대한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하수처리장 34곳에서 필로폰이 모두 검출된 것은 2020년 조사 이후 4년째다.

코카인은 서울과 세종에서, 암페타민은 충북 청주시와 광주에서 사용 추정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필로폰은 경기 시흥시와 인천, 엑스터시는 경기 시흥시와 전남 목포시에서 사용 추정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이 많이 있는 시화공단이 속한 경기 시흥시에는 불법 마약류 검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필로폰의 일일 사용 추정량은 1년 새 39% 증가했다. 코카인의 경우 전국 평균 사용 추정량이 1.43㎎으로 1년 전보다 3.6배 가까이 급증했다. 코카인은 지난해 5곳에서만 검출됐지만, 전국 평균 사용 추정량이 2020년 0.37㎎에서 지난해 1.43㎎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등에서 검출되다 지난해 처음으로 세종 지역 하수처리장에서도 나오는 등 검출 지역도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마약류 확산과 다양화를 우려했다. 정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사범의 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의 예방·교육·치료·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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