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6일 발간한 '한-중앙아시아 경제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외협력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국, EU 등 주요국들도 '중앙아시아 5개국+1' 형태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역내 안보, 자원‧에너지, 물류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1992년 수교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해 한국의 대 중앙아시아 5개국 수출액은 56.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차량 부품 등 특정 품목에 편중되어있어 수출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 부문 협력도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1980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중앙아시아 5개국 누적 투자액은 38억 달러로, 같은 기간 동안 대미 투자액(2223억 달러)의 1.7%, 대중 투자액(936억 달러)의 4.1%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보고서는 중앙아시아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큰 3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을 중심으로 각국의 주요 산업정책과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자원·에너지 △도시 인프라 △ICT △보건·의료 △스마트팜 △자동차 분야의 협력이 유망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자원·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는 우리나라의 공급망 안정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희토류 등 필수적인 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공급망 협정 등을 통한 협력 강화시 우리나라의 공급망 회복탄력성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도시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전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중앙아시아에서 뉴타운 건설‧도로 건설‧대중교통 차량 공급 등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을 활발히 추진해 온 만큼,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건설 및 도시 현대화 프로젝트 협력도 유망하다.
디지털 전환의 경우,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앞세워, 전자정부 시스템, 통신망 고도화, 스마트 팩토리, 사이버 보안 시스템 등 분야에서의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팬데믹 이후 높아진 우리나라 보건‧의료 산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 인프라 구축,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 도입, 의료인력 교육 분야 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카자흐스탄 스마트팜, 우즈베키스탄의 자동차 산업도 주목할 분야로 제시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GDP의 5%를 차지하는 농업의 생산성 향상과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을 위해 스마트팜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우즈베키스탄은 핵심 제조업인 자동차 생산 확대 및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으므로 향후 시장 성장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송효규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경제 전반에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특성상 정부 차원의 협의 채널 활성화가 양 지역 간 경제협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민관 공동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우리 기업의 현지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개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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