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만료를 앞둔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놓고 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5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들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이례적으로 보류하면서다. 그간 규제 일변도 기조와 사뭇 달라진 기류에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19일 열리는 도계위에 앞서 이르면 13일 도계위 수권분과소위원회를 통해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14.4㎢에 대한 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시는 앞서 지난 5일 도계위를 열고 해당 지역에 대한 재지정 안건을 논의했지만 격론 끝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
현재 해당 안건은 보류 결정 이후 수권소위에 회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권소위는 도시계획상 변경 상정되는 내용을 대상으로 빠른 안건 처리를 위해 필요에 따라 수시 개최되는 회의다. 도계위 일부 위원만 참석하지만 소위원회 결정 역시 도계위 본회의와 법적으로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수권소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도계위에서 다시 한번 재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대한 빠르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 도계위 본회의 전이라도 위원회를 신속히 열어 해당 안건을 정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회에서는 해당 구역 토허제 연장에 따른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도계위가 이례적으로 토허제 재지정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일부 위원이 관련 이유로 재지정을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도계위에서는 재산권 침해 논란 구조에서 토허제 실효성 여부,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현재 서울 주택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 토허제 재지정 또는 해제로 인한 부작용 등 다양한 사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때와 달리 이번에 보류 결정이 나온 데는 제도를 둘러싸고 재산권 침해와 실효성 논란이 점점 커지면서 내부에서도 규제 일변도 정책 기류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해당 지역이 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된 계기인 삼성동 GBC 사업과 잠실 MICE 사업이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점도 재지정 여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토지거래허가제 입법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고, 서울 허가구역 인근 일대 집값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등 문제가 계속 지적되면서 도계위 내부에서도 재지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의 기대감에도 실제 해제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섣부른 허가구역 해제가 자칫 인근 아파트 가격을 급등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3월 “서울 집값은 더 내려가야 한다”며 허가구역 해제를 일축하는 등 신중론도 여전한 상황이다. 게다가 불과 한 달여 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연장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과 형평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상당함에도 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상징성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해제로 인한 가격 급등 우려가 있는 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당분간 서울시도 해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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