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식품업체가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포장지에 표기된 중량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소비자가 적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편법 인상인 셈이다.
13일 한국소비자원의 올해 1분기 슈링크플레이션 상품 실태 조사 결과, 지난해 이후 가격 대비 용량이 줄어든 상품은 33개로 나타났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합친 단어다. 즉, 기업은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용량은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꼼수 인상'이라고도 불린다.
용량 감소 품목 중에는 용량이 최대 27%나 줄어든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몰 등 8개사가 제출한 상품정보와 가격정보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의 가격조사 데이터,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 신고 상품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33개 상품 용량이 줄었고, 이 중 가공식품(32개)이 대다수였다. 나머지 1개는 생활용품(세제)이었다.
대표적으로 SPC삼립의 '삼립 그릭슈바인 육즙가득 로테부어스트'가 기존 1팩에 5입(440g)에서 2팩에 3입(360g)으로 패키징을 변경하면서 용량이 18.2% 줄었다. 오뚜기 컵스프 3종(양송이·포테이토·옥수수)은 72g에서 60g으로 16.7% 줄었다. 또 식품가공품류 '하림 두 마리옛날통닭'은 760g에서 5.3% 줄어 720g이었다. 하림은 제품에 닭고기 원물을 쓰는 만큼 중량 편차가 커져 중량 표기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조대림 안심 치킨너겟은 540g에서 420g으로 22.2% 줄었다. 사조대림 측은 "지난해 국내산 닭고기 원가가 인상돼 양을 줄이고 출고 가격을 내렸다"며 "양과 가격 변경에 대해 홈페이지와 쇼핑몰 상품 판매 페이지에 고지했다"고 전했다.
시기별로는 2024년에만 17개(51.5%) 제품의 상품 용량이 변경됐다. 올해 식품 가격 줄인상 기류에 소비자 눈치를 본 업체들이 가격표 대신 용량에 손을 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앞으로는 우유가 들어가는 빵이나 아이스크림 제품의 용량 표기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 상황에 원윳값이 L당 26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윳값이 오르면 빵이나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도 영향을 받는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제품값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저항감이 크다보니 용량을 조절해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오는 8월부터는 '부당한 소비자 거래 행위 지정고시'에 따라 상품 용량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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